한덕수 국무총리는 28일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관련해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앉아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세종 총리 공관에서 진행한 취임 1개월 기념 기자단 만찬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나 KDI 원장의 거취는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 질문에 "바뀌어야지"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들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질문에도 "우리(새 정부)하고 너무 안 맞다"면서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의 거취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현 정부 간 충돌 양상까지 빚어지는 상황이지만, 한 총리 입장에서는 새 정부의 원활한 국정 운영을 이유로 사실상 홍 원장에 대한 자진사퇴를 압박한 말로 해석된다.
실제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이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한 총리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결정과 관련해 거론되는 사면론에 대해서는 "법치주의에 사람을 가리는 일은 있을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정상참작이라고 할까, 수형생활이나 그런 걸 보면서 대외적 시각을 염두에 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본인이 고령이시고 그 형을 다 하시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사실상 긍정적 입장을 표했다.
반면 한 총리는 같은 자리에서 검찰 출신인 박성근 총리 비서실장을 인선한 배경도 설명했다. 한 총리는 "알아서 원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비서실장은 제가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께 '비서실장 자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어떤 비서실장이 와도 같이 일할 자신이 있다', '딱히 내 측근 누구를 비서실장으로 할지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다', '대통령님이 생각하는 사람이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인사를 하는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한 분 선택해 주시죠'라고 했다"면서 "저한테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라고 3번을 물어서, '걱정하지 마시고 뽑아주십쇼'라고 하니 며칠 뒤에 우리 박성근 전직 검사님을 딱 (뽑았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저는 생전 검찰청 출두 한번 받아보지도 못했고, 뒷문이 쾅 닫혔을 때 오싹한 느낌을 받아본 적도 없고, 그런 일을 하신 분을 옆에 두고 보면 참 괜찮겠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오면서 접촉했던 사람들하고는 다르겠지(하고 생각했다)"면서 "제가 제일 황당했던 것은 '윤석열 정부가 검찰 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검찰로 도배를 하는구나' 하는 데 (그 예시로)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꼭 들어가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국무총리가 굉장히 센가 보다. 언론이 비서실장이 누구냐를 이렇게 관심을 (갖네)', 또 하나는 '몰라도 되게 모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 광주지검 순천지청장과 서울고검 검사를 지냈다. 지난 2020년 8월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이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앞서 윤 대통령의 규제 개혁 의지를 설명하면서 "경제와 국가를 운영하는 주체들이 우선 자유로워야 창의성, 혁신도 나온다. 이를 짓밟고 있는 엄청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도저히 우리는 희망이 없다"며 "대통령도 그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지난 2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세종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