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羅 사회복지학 명예박사학위 수여…"인간사랑"
羅 "힘든 분들 장애물 철폐가 정치 본령, 복지국가의 길"
"사회 약자 늘어가…딸 기르는 현실서 제도·인식개선 꿈꿔"
"장애인정책은 시혜 아닌 책무…기다려주고, '한번만' 보자"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순천향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한 소감을 밝히면서 "저는 포퓰리즘성 나눠주기 예산을 반대했다. 그리고 보수의 가치야말로 이 사회의 약자에게 더 큰 당당한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이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살포 선례와 같은 '보편적 복지'가 아닌, 소수 취약계층에게 두텁게 지원하는 '선택적 복지'를 보수정치인으로서 지향 가치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오후 충남 아산 소재 순천향대 대학원에서 열린 명예 사회복지학 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뒤 답사(答辭)를 통해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의지·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장애로 인해 힘든 삶을 살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 장애와 장애물을 걷어드리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고 그게 복지국가로 가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학위 수여식에는 학교법인 동은학원 서교일 이사장, 순천향대 김승우 총장·김재필 교학부총장·박두순 일반대학원장, 고흥길 전 특임장관, 김용직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지난 7월4일 오후 충남 아산 순천향대학교 대학원에서 열린 '명예사회복지학박사 학위수여식'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뒤 순천향대 측에 답사를 하고 있다.<순천향대 제공>
나 전 원내대표는 "정치인으로서 '정치를 왜 하냐'고 물으면 늘 대답하는 말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낙오된 분들과 함께 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였다"고 밝혔다. 그는 "갈수록 우리 사회의 약자는 늘어나고 있다. 어린이·노인·장애인 등 전통적 분류의 약자는 물론 급변하는 국제·사회환경은 어쩌면 우리 모두를 잠재적 약자, 또는 일시적 약자, 상황적 약자로 만들고 있다"며 "엊그제 '맥도날드 키오스크 매장에서 결국 주문을 못하고 눈물지으며 발길을 돌렸다'는 어르신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잘 할 수 있을까'를 다시금 생각했고, 이런 현실에서 정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딸을 성인으로 키워낸 나 전 원내대표는 "저에게 그러한 소중한 소명을 불러 일으켜 준 사람은 역시 우리 딸"이라며 "우리 딸을 낳고, 기르면서 제게 다가온 현실들은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로 가기에는 제도의 변화는 물론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아이의 입학을 거부하는 학교 측의 입장을 보면서 '제도의 개선'을, 아이를 차별과 동정의 시선으로 두번씩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인식의 개선'을 꿈꿨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편으론 국회에서 입법으로, 정책으로, 예산으로, 장애 조기발견·조기치료부터 특수교육·평생교육·고등교육 그리고 고용·주거·장애노인 복지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제가 어느 상임위에 있든 저에게 보고를 오는 부처나 기관은 자신들의 장애정책등을 점검하고 보고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변화를 시작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노력으로 장애인고용공단이사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고 자신의 활동 내력을 소개했다.
또 "다른 한편으론 각종 NGO활동 등 사회활동을 통해 인식 개선에 기여하기로 했다.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2013년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개최는 17만명의 관객이 참여하는 등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슈퍼블루마라톤, 뮤직앤아트페스티벌 모두 행복한 기억이고 소중한 자산이다. IPC(국제패럴림픽위원회) 집행위원으로 태권도를 패럴림픽 종목으로 채택되게 역할을 한 것 역시 뿌듯한 일이었다"고 전했다.
나경원(가운데)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지난 7월4일 오후 충남 아산 순천향대학교 대학원에서 열린 '명예사회복지학박사 학위수여식'에서 명예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승우 순천향대 총장, 나경원 전 원내대표, 박두순 순천향대 대학원장..<순천향대 제공>
나 전 원내대표는 "우리 사회는 이제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면서도 사회가 바뀌어나가야 할 점으로 "첫째, 장애인 등 약자에 대한 정책은 비장애인이 그들에게 베풀어주는 '시혜'가 아니다. 장애인을 포함한 약자들 역시 우리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헌법상 권리가 있다"면서 "결국 그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음에 우리는 우리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둘째 , 우리가 제도를 설계하고 집행할 때 우리는 우리의 시각이 아닌 그들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딸 김유나씨의 초등학생 시절을 예로 들었다. 하교 시 실내화를 운동화로 갈아신는 딸에게 친구들이 운동화를 직접 신겨주는 일이 반복되자, 예상 밖으로 딸이 불평했다는 것이다. 그는 "유나가 원하는 것은 운동화 갈아신는 것을 지켜보았다가 함께 천천히 버스정류장까지 걷는 것이었는데, 한마디로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필요한 것'을 해주자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바로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 "셋째, 이제 그들을 한번만 봅시다. 장애인을 만나면 두번 보는 분들이 많다. 아직 드물기 때문"이라며 "때로는 동정으로, 때로는 차별적 시선으로 본다. 얼굴이 둥근 사람도, 갸름한 사람도, 키가 큰 사람도 작은 사람도 모두 우리 구성원이다. 그런 시각에서 장애인을 한번만 봅시다"고 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저는 늘 '장애인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은 내게 밥먹는 일과 똑같다'고 이야기한다.이제 밥먹는 일상을 더 잘 챙기리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학위의 무게를 소중히 여기겠다"면서 "함께 하면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투게더 위 캔(Together we can)!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순천향대 측은 박사학위 수여와 관련해 "나 전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장애인 및 소외계층을 위한 입법·예산·정책 지원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다"며 "장애인복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 국회 장애인특위를 최초로 구성했으며, 저소득층 가정 영·유아의 장애 여부 진단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정신지체장애인과 15세 미만 미성년자도 생명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해 장애인의 처우 개선과 인권향상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과 통합사회 구축을 위한 그의 노력이 순천향대의 건학이념인 '인간사랑'의 정신과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이념에 부합하기에 명예 사회복지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고 덧붙였다. 김승우 총장은 "순천향 가족의 일원이 돼 우리 사회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위대한 대한민국 완성이라는 목표를 함께 성취해나가시길 소망한다"고 했고, 서교일 이사장은 "앞으로도 순천향 동문 가족으로서 봉사와 헌신의 자세로 많은 일을 해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