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사퇴-박순애 임명-송옥렬 지명 인사 언론지적에
尹대통령 "前정권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 대응
박민영 대변인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는 국민 물음에 답 아냐"
"이핵관 낙인찍혔다" 글도…곽승용 부대변인 공유하며 가세
이른바 '나는 국대다' 2기 토론배틀로 선발된 국민의힘 대변인단 청년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人事)를 정조준했다. 공교롭게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2013년 성접대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오는 7일) 시기가 임박해 친(親)이준석계가 윤 대통령을 공개 성토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날(5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여당 대변인이 되고 싶었다. '문재인 정부보단 낫다'가 아닌 '윤석열 정부라서 다행'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모르겠다. 여야가 50보 100보의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서로를 '내로남불'이라 지적하는 작금의 상황은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지난 4월5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TV조선 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대변인단 선발을 위해 진행된 '2022 나는 국대다' 토론배틀 8강전에 참석한 박민영·곽승용 당시 대변인 후보. 박민영 후보는 8강전 1위, 곽승용 후보는 5위를 차지한 뒤 각각 중앙당 대변인과 부대변인직에 올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강전 1~4위를 대변인과 상근부대변인(각 2명)에, 5~8위도 부대변인에 기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결과다.<국민의힘 홈페이지 사진>
이는 윤 대통령이 당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만난 기자들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수사 의뢰를 받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 과거 만취 음주운전 전력으로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를 받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등을 놓고 '인사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전(前)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대응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사실상 문재인 정권 시절 5대·7대 고위공직자 인사 배제 원칙 셀프 파기 논란을 겨눈 것으로 풀이됐는데,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8년 전 교직원과 제자들에게 외모 품평 등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논란으로 공식 사과한 상황도 겹친 터다. 윤 대통령은 '사전에 검증 가능한 의혹도 많았다'는 질문에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를 해보라.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40여일 만에 임명장을 받은 박순애 부총리에게 "임명이 늦어져서, 언론에 또 야당에 공격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 소신껏 잘 하시라"라고 말하면서 언론계 등의 비판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기도 했다.
박 대변인은 "여야가 음주운전 전과자를 장관으로 임명하고, 당의 대표로 추대하는 상황에서 어찌 음주운전을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나. 성추문 인사가 연이어 임명되는 상황에서 어찌 민주당의 성범죄를 비판할 수 있겠나"라며 "또한 어찌 '문재인 정부의 인사 참사와 다를 게 없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해갈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장관 임명이 더 미뤄지면 국정에 혼란이 오지 않겠느냐고, 검증 책임을 다하지 않은 민주당도 책임이 있지 않겠느냐고, 아무튼 직접 성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 않느냐고, 궁색한 변명을 할 수도 있으나 그것은 민주당이 여당 시절 똑같이 반복했던 변명들"이라며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의 입을 막을 논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시행착오였다고 생각한다. 건전한 비판에 의한 자정 능력만 잃지 않는다면 얼마든 대기만성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지난 1월의 감동이 재현 될 수 있길, 변화하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정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씀드린다"고 훈수를 뒀다.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 청년보좌역을 역임한 인사로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말 두번째로 '선대위 보이콧' 중이던 이 대표와 올해 1월초 갈등을 극적 봉합하고 그 전후로 소위 '이대남(20대 남성)' 여론에 부응하는 공약 제시 등 변화를 꾀한 사례를 회상하며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여권 지지층 내 비판 여론이 확대되자, 페이스북에 추가로 글을 올려 "저는 임명권자의 눈치를 살피며 지록위마의 우를 범하는 그저 그런 청년이 되기보단 부끄럽지 않게 소신을 이야기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행동했고, 어느덧 '이핵관(이준석 핵심 관계자)'으로 낙인 찍혀 어른들의 눈 밖에 나기 시작했다"며 "대표를 위해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말도 이치에 맞지 않다. 윤리위를 단 이틀 앞두고 모두가 '윤심'을 살피는 가운데, 제 발언에 가장 난처한 사람은 이 대표일 테니까"라고 항변했다.
그는 또 "제가 자리를 탐하는 사람이었다면 이 대표를 가까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몇만개의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께 잘 보이려 했을 것"이라며 대선 기간 '이 대표를 멀리하라'는 조언을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다른 한 가지가 있다면, 아니. 달라야 할 한가지가 있다면 자정능력을 잃지 않는 것"이라며 "때로는 그런 제가 불편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불쾌한 미래에 베팅하지는 않겠다. 믿고 지켜봐달라"고 했다.
지난 7월5일 국민의힘 '나는국대다' 토론배틀 2기 출신의 곽승용 부대변인이 박민영 대변인의 글을 공유하며 이준석 당 대표 측 인사라는 배경 등을 문제 삼는 비판 여론에 항변하는 글을 올렸다.<페이스북 갈무리>
같은 토론배틀 2기 대변인단에 선발된 곽승용 국민의힘 부대변인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박 대변인에 가세했다. 그는 "저 역시도 '앞으로는 이대표랑 거리를 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면 저는 이 대표랑 가까웠던 적도 별로 없다"고 전제한 뒤 "맡은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어떻게 하면 당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에 따라 행동했을 뿐, 어떤 특정 거물 정치인에 줄서고 그를 지키기 위해 행동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곽 부대변인은 "박 대변인의 오늘 게시물이 많이 화제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당의 대변인으로서 할 소리가 아니다'는 비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민심은 천심이고 잘못된 건 잘못된 거다. 그 잘못된 것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게하고 30%의 콘크리트 지지층에게만 둘러싸여 민심을 져버렸기 때문에 민주당이 망한 거다. 우리는 절대로 똑같은 실패를 겪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탄핵당하고 총선에서 유례없는 대패를 당한 상황에서 정말로 힘겹게 쟁취한 정권이다. 이 기회를 날리면 앞으로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며 "우리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민주당과 달라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국민들로부터 선택받은 이유"라고 윤 대통령을 향한 인사 비판 논리를 재차 강조했다.
한편 박 대변인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청년보좌역을 지낸 곽 부대변인은 이 대표가 선대위 이탈 중 의원총회로부터 '대표직 사퇴 결의안' 채택 논의를 하루 앞뒀던 지난 1일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년들은 후보 교체를 원한다"는 글을 남기고 청년보좌역 사퇴를 선언했다. '후보 교체'는 이 대표와 소위 '2030' 청년층 지지를 공유한다고 피력하던 홍준표 전 대선 경선 후보(현 대구광역시장) 지지층 안팎에서 본선에 진출한 윤 대통령의 경쟁력을 평가절하하며 쏟아낸 구호였다.
곽 부대변인은 그 다음날(1월6일) 열린 윤 대통령(당시 후보)과 청년들의 간담회에 참석해 "이 대표는 이 당에서 선거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유일한 분"이라며 "그분을 내치고서는 절대 선거를 이길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 측이 겨냥하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을 내치라는 주장도 폈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끌어안고 선대본부 체제로 다시 자리를 잡아가던 1월20일, 곽 부대변인은 장예찬 당시 선대본 청년본부장 주도의 '선대본부 복귀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청년보좌역 복귀를 선언했다.
이밖에 '나는 국대다' 1기 대변인을 지낸 임승호 국민의힘 전 대변인도 지난달 8일 페이스북으로 이 대표의 당 혁신위 출범 선언과 정부보다 앞선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을 겨냥해 "아직 구체적인 혁신안도 나오지 않은 혁신위의 행보를 두려워해서 우크라이나행을 (이 대표 비판) 명분 삼는 분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당시 임 전 대변인은 정 부의장의 페이스북 글에도 직접 '댓글'을 달아 "제가 (대선) 선대위에 쓴소리를 했을 때 당신께서 '대변인이면 당 공식논평에 집중하라'고 하셨다"며 "본인이 먼저 시비를 거셨으니 끝장을 보시죠"라며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 찬반 등을 놓고 토론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