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국거래중 7.7%에 해당
지방에서 수도권 외곽으로 확산
역전세에 보증금반환 사고 급증
금리 상승과 함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을 웃도는 깡통 전세가 생겨나고 있다.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2020년부터 전셋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역전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부동산R114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신고된 전국 아파트 매매·전월세 가격을 분석한 결과, 매매와 전세 거래가 한 번씩이라도 있었던 총 2만9300건의 거래 중 평균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추월한 사례는 7.7%(2243건)로 조사됐다. 올해 매매·전세 거래가 동시에 있었던 주택의 7.7%는 이미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추월한 깡통전세 상태에 놓였거나 그럴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수도권의 사례는 23.6%(529건)로 다소 적었지만 지방은 76.4%(1714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 내 매매 최저가가 전세 최고가보다 낮은 경우로 범위를 확대하면 깡통전세 위험 거래는 16%(4687건)로 늘어났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방 위주였던 깡통전세 위험 단지들이 올해 대선 이후 수도권 외곽으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금액별로는 전국적으로 매매가격이 1억원 이하인 저가 아파트가 36%를 차지했다. 저가주택일수록 매매가격이 전셋값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 깡통전세 위험이 큰 곳(매매·전세 평균가 비교)은 전북(해당 지역 거래중 21.5%), 경북(19.0%), 충북(18.1%), 전남(15.6%), 강원(12.2%), 충남(11.3%) 순이었다.
강원도 원주시 태장동 C아파트 전용 77㎡는 지난 5월 신고된 매매가가 6600만원인데 같은 달 거래된 전세 가격은 6000만∼7000만원으로 더 높았다.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D아파트는 지난달 2억7500만원에 매매 됐는데 전세도 2억7000만∼2억7500만원에 신고돼 매매가가 곧 전세가였다.서울과 경기는 조사 대상 가운데 평균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경우가 각각 4.5%, 3.4%였다. 서울은 주로 소형 주상복합아파트(오피스텔 포함)나 도시형 생활주택, 빌라 등에서 역전세난이 발생했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특히 최근 2년여간 서울 곳곳에서 분양가 3억원 이하의 소액 빌라 분양이 많았던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빌라는 2억4000만∼2억5000만원에 전세를 놓으면 자기 돈 5000만원 이하로 주택 매입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차법 시행 후 전세 값은 크게 올랐는데 최근 매매 값은 낮아지면서 역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되돌려 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집을 대신 사라고 떠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역전세 현상이 확산하며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도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1∼5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HUG가 대신 갚아줘야 할 보증사고 액수는 총 272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3월까지 사고액수가 1391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두 달 만에 2배 가까이로 불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깡통전세 현상이 당장은 심각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전셋값이 급등한 상태에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깡통전세가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집값이 하락했지만 아직 깡통전세를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집값 하락이 계속된다면 최근 2년간 갭투자가 많았던 곳을 중심으로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 부동산침체 신호탄 `깡통전세` 속출](//contents.dt.co.kr/images/202207/2022071102100163075001[1].jpg "[기획] 부동산침체 신호탄 `깡통전세`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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