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업데이트 거부에 3자 회동
정작 카카오-구글 입장차 못좁혀
업계 "미온적 태도에 피해만 확대"
정작 카카오-구글 입장차 못좁혀
업계 "미온적 태도에 피해만 확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제정된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결국 무력화되면서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으로 업계 시름은 깊어지고 있는데 방통위가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며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와 구글은 최근 카카오톡 앱 업데이트 거부와 관련해 방통위 주도로 만남을 가졌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방통위는 지난 7일 오후 카카오와 구글의 갈등을 조율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방통위가 두 회사의 입장을 각각 청취한 뒤 합동 회의를 하는 형식이었다.
카카오와 구글은 3자 회동에서 이용자 편의 제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회동이 끝난 뒤 "카카오와 구글은 상호 협조해 현재 상황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고 필요한 경우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사는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10일 현재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카카오톡 앱의 최신 버전(v.9.8.6)을 내려받을 수 없고, 카카오는 다음 포털에서 설치파일(APK)을 제공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5월부터 구글 갑질 방지법과 관련해 금지 행위 위반 여부 등을 실태점검 중이다. 향후 구글의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절차에 따라 사실조사로 전환하고 심의·의결 과정을 거쳐 과징금이나 시정조치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차갑다. 방통위가 그간 구체적인 사례가 필요하다며 법 집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는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 시행에도 피해 사례 수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만 반복해 왔다"며 "법 취지를 무시하는 구글, 애플의 태도도 문제지만 큰 기대가 없다"고 밝혔다.
그 사이 구글와 애플은 '꼼수'를 쓰면서 국내 앱 생태계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 앞서 애플은 한국 앱에 대해 제3자 결제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방통위 관계자는 "애플이 법에 따라 국내 앱들에 제3자 결제를 적용해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업계는 애플의 행보 역시 구글의 우회 꼼수와 다를 바 없다고 분석한다.
실제 애플은 구글과 마찬가지로 제3자 결제 수수료율을 인앱 결제(30%)보다 불과 4%포인트 낮은 26%로 책정했다. PG(결제대행업체)나 카드 수수료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수수료 부담이 더 높아지는 셈이다. 애플은 또 수수료율은 챙겨가면서도 제3자 결제 선택 시 개인정보보호, 가족공유, 구입내역·환불·구독관리 문제 등 일부 앱스토어 기능을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아울러 개발사들은 제3자 결제 선택 시 '앱스토어의 안전한 결제 시스템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안내창을 띄워야 한다고 했다. 반면 수수료 부담을 피할 수 있는 웹결제 아웃링크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던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구글과 애플만 법을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방통위마저 동조하는 모양새"라며 "방통위는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떻게 실태점검을 하고 있는지 국회와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실태점검을 핑계로 빅테크 규제를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사전 조치의 근거 규정들이 있으면 따라서 하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한 조치를 하는 게 저희 일"이라며 "행정부처의 역할은 그 사이 발생할 이용자 불편 등을 (사업자 간 의견 조율 등으로)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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