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부국장겸 금융부동산부장
![[강현철 칼럼] 윤 대통령 주변의 `내로남불` 그림자](http://contents.dt.co.kr/images/202207/2022071102102263058001[1].jpg "[강현철 칼럼] 윤 대통령 주변의 `내로남불` 그림자")
세계적인 고물가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이유도 크지만 그보다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윤 대통령의 주변에서 배회하는 '내로남불'과 '오만' '독선'의 그림자를 본다. 문 정권 5년간 숱하게 봐왔던 것들이다.
윤 대통령에 이런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있는 건 민주당의 집요한 '프레임 만들기'도 작용하고 있지만, 상당부분 '마이웨이식 국정운영'에 기인한다. 끊이지 않은 인사 잡음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그 핵심이다. 지난 두 달간의 인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여기 저기 검찰 출신 인사를 중용했다. 가뜩이나 전 정권에서 '검찰 공화국'을 물고 늘어졌는데, 윤 정부 들어 진짜 검찰 공화국이 된 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았다. 내각 인선에도 문제가 있었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온가족 풀브라이트 장학금' 논란 속에 1호 낙마 사례가 됐다. 자녀의 의대 편입학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는 조국 전 법무 장관을 소환시켰다.
김건희 여사의 '왕성한' 대외 활동은 조용한 내조를 원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민간인 신 모씨가 함께 하고, 김 여사가 설립·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출신 직원 등이 봉하마을 방문때 동행했던 사례는 공과 사의 구분이 약했던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떠올리게 했다. 화물연대와 민주노총 파업에 대한 미온적 대응은 법과 질서, 시장경제 원칙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수사(修辭)였을 뿐이라는 평가를 낳았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은 "누가 뭐라든 옳은 길만 가면 된다"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5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은 기자들이 '부실 인사, 인사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질문하자 "그럼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반문했다. '사전 검증 가능한 부분들이 많았다'는 질문에는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해 보세요"라며 "사람들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했다.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의 이상민 의원은 "사람들이 민주당에 대해 생각하면 내로남불, 위선, 오만, 독선, 맹종, 패거리 의식 등을 떠올린다. 우기고, 어거지(억지) 쓰고, 버티고 아니라고 하거나 상대에게 뒤집어씌웠다. 그래도 안되면 마지막에는 '이명박·박근혜 때보다는 낫지 않냐'고 했다. 국민들은 '민주당 너희는 다르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걸 채워주지 못한 실망감이 있다"고 했다. 요즘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에게도 딱 맞는 말이다.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한미 동맹 회복과 소득주도성장·탈원전 정책 폐기, 대중·대북 외교의 정상화 등 윤 정부가 내건 국정 기본 방침은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국정 운영은 방향이 옳다고 해서 모두 성공할 순 없다. 2008년 광화문에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시위가 벌어질 때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봤다고 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국정운영 동력을 잃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2016년 2차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내가 이럴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는 말 한마디로 국민 마음을 떠나게 했다.
민심은 늘 위태롭고, 모든 일에는 기미(機微)가 있는 법이다. 그 작은 조짐을 무시하면 큰 둑조차 무너지게 된다. "나라의 대권을 장악하고 만민(萬民)의 위에 있는 것은 마치 썩은 고삐로 날뛰는 말을 모는 것과 같이 삼가고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공자(孔子)의 말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과 행동엔 천금이 실린다. 늘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강현철 부국장겸 금융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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