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선정한 우수 청년창업농에 뽑혀
"스스로 주도하는 일 하고 싶었다"…농장 안팎 센서 통해 원격제어
"스스로 주도하는 일 하고 싶었다"…농장 안팎 센서 통해 원격제어
이 농장의 주인공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현대건설 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스마트팜에 꽂혀 귀농한 안해성 씨다. 안씨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이 선정한 우수 청년창업농에 선정됐다. 농정원은 청년농업인 등 창업농들의 안정적인 영농정착을 장려하기 위해 창농과 귀농 우수사례 및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귀농귀촌 교육 분야를 비롯해 농산물 생산과의 내용 연계성, 현장 적용 가능성, 참가 농업인의 영농의지와 성장 잠재력 등을 심사해 우수 청년 창업농에 선정된 것.
농정원 관계자는 "우수 청년창업농은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우수사례 발굴을 통해 청년 창업농 대국민 인식 확산과 청년들에게 농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자는 것이 취지"라며 "이번 우수 청년창업농들의 소중한 영농경험과 아이디어들이 예비 창년 창업농들의 영농현장에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에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11일 우수 청년창업농에 선정된 안씨의 특별한 귀농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마트팜과의 만남, 인생 터닝포인트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 산 좋고 물 좋기로 소문난 포천이지만, 이곳은 인근에 대규모 축사가 자리하고 있어 악취가 심해 쉽게 이사 오고 싶은 곳은 아니다. 그런데 어느 날 훤칠한 외모의 청년농부가 찾아와 딸기 농사를 짓겠다고 나섰다. 마을주민들은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자본금이 부족한 청년농부인 안해성 씨는 서울과도 가깝고, 땅값도 저렴한 이곳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 곳에서 딸기의 기적이 이뤄졌다. 안씨의 구슬땀이 녹아있는 '포천딸기힐링팜'은 농장 안팎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수집한 기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컴퓨터에 전송해 딸기 생육에 적합한 환경을 찾는다.
"서울대에서 지질학 석사학위 받고 2014년 현대건설 연구원으로 입사를 했습니다. 4~5년 차 되던 해 문득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스스로가 주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번듯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운명처럼 스마트팜을 만났다. 그의 아버지와 동생도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농사가 얼마나 고생스러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스마트팜이 그려내는 세상은 지금까지 그가 알던 농사와는 달랐다.
"당시 제 업무는 빅데이터 연구였습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레 스마트팜에 대해서도 알게 됐지요. 청년들을 위해 정부·지자체에서 다양한 보조금과 혜택을 준다는 정보를 접하고 결심을 굳히게 됐습니다."
귀농을 하기로 마음을 정한 안해성 씨는 3개월 휴직기간동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교육을 듣고 선도농장을 찾아다니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타진했다. 청년농업인을 위한 지원정책과 지원금이 매력적이었으며 무엇보다 미래 먹거리 산업인 농업이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산업임이 틀림없음을 깨달았을 때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딸기를 재배품목으로 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귀농하면서 재배와 판매로 이어지는 기존 농업의 과정 대신 농업교육사업, 영농창업 컨설팅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다. 이 모델을 추진하려면 귀농 품목 1위인 딸기가 가장 적합했다.
"딸기 스마트팜 준비 기간은 1년이 걸렸습니다. 준비하면서 농업분야 외에 다른 곳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찾아봤더니, 중소벤처기업부가 보였습니다. 농업도 중소기업에 속하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겠다 싶어서 도전했지요.중소벤처기업부 예비창업 패키지에 청년 스타트업으로 선정돼 1억 원을 지원받아 스마트팜 선진국인 프랑스와 런던을 방문했어요. 스마트팜 업체를 만나 상담도 받았습니다. 그것이 지금 시설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정책이라 대부분 IT나 플랫폼 관련 스타트업을 하려는 청년들만 가져가더군요. 예비 청년농부들의 경우 농사에만 국한돼 접근하지 말고 창업으로 접근하면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많습니다."
안해성 씨는 이렇게 발상의 전환을 통해 특허도 2개 냈고, IP 지식센터에 1000만원 지원금, 세무 바우처, 인력비까지 지원받고 있다. 농업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농작물 재배와 판매를 넘어 농업교육사업, 영농창업 컨설팅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농장에 스마트팜으로 제작할 수 있는 딸기 재배시설의 모든 것을 구현했다.
"저희 농장은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딸기 재배시설이 다 있습니다. 국내 스마트팜 교육 및 해외 선진 농업에 대해 공부하고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ICT 스마트팜 설계를 직접 했고 2020년 1월부터 토목공사, 골조, 양액시설 등 약 10개 업체들을 분리 발주를 통해 직접 시공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행잉에 LED와 드립퍼를 적용했다. 다른 곳에는 행잉에 일반 점적 적용한 곳이 있다. 또한 U베드에 재식 간격을 촘촘하고 행잉에 개별적으로 포트 사용하거나 15cm, 17cm 각각 간격을 둬 보기도 했다. 이렇게 모든 존을 나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기존 딸기농가는 물론이고 전국 각지에서 교육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시설이 무엇인지,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문의가 쇄도하고 농장방문도 늘어났다. 이렇다 보니 귀농 1년 만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귀농닥터에 선정됐다.
"저는 지금 농장에 구현한 설비의 모든 시공과정과 시행착오를 유튜브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개인 유튜브를 운영중인데 영상을 공유하며 스마트팜을 준비하는 예비 청년농업인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또 유튜브에 설계 프로그램도 소개해 놨는데, 어떻게 설계하고 시공하면 좋은지 계속 연구하는 과정도 공유하고 있지요."
안 씨가 직접 운영 중인 농업유튜브 채널 '안스팜티비'는 4만 명의 구독자를 지닐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곳에서 영농정보, 지원사업, 시행착오 등은 물론 농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영농 정착 단계까지 노하우를 공개하며 농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외에 귀농 준비기간 1년간 총 7회의 경연대회, 공모전 등 수상한 내용을 공개하며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무료로 자료를 공유하고, 자문도 하고있다.
"저의 이런 노력이 앞으로 우리 농업분야에 젊은 청년 유입의 긍정적 효과를 가지고 올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청년농업인으로서 농산업 분야로 창업해 4차산업혁명기술을 적용하고 농업의 6차산업화 성공적으로 이끌어 지역사회 발전과 귀농자인들의 안정적 정착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예비귀농자, 귀농자, 청년예비농부, 청년창업농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및 컨설팅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해 초기 안정적 정착에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는 이토록 빠른 정착과 성공을 거둔 요인으로 청년귀농장기교육과 영농정착지원금을 꼽았다.
"막상 농사를 짓다 보니 매달에 들어가는 고정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영농정착지원금은 창업과 정착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 청년귀농장기교육을 통해 모든 기초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6개월간 합숙하며, 일하며, 배우며 기초를 탄탄히 다질 수 있었습니다."
◇농업분야 핵심전문가 양성이 목표
안 씨는 농촌지역의 청년 고용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의 농장에는 스마트팜을 준비하는 청년 4명(4대보험 가입)을 고용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촌의 지속적인 일자리 제공 및 교육을 통해 농업분야의 핵심 전문가 양성이 그의 또 다른 목표다.
"강의할 때 교육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마트팜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스마트팜 하면 10~20억의 큰 비용을 들여 설치하는 유리온실만 스마트팜이라고 여기고 엄두도 못내거나, 헛된 꿈을 꾸는 분들도 봤습니다. 그럴 때마다 단동 하우스에 ICT 복합환경 제어 시설만 설치하면 2억원 정도에 스마트팜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아직은 선진국형 대규모 스마트팜은 국내에 맞지 않습니다. 가성비 좋은 한국형 스마트팜을 시도하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 그는 동생이 농사짓고 있는 작은 규모의 하우스에 1000만원을 투자해 핸드폰으로 제어 가능한 ICT 시설을 설치해볼 예정이다. 끝없는 도전으로 쉼 없이 달리는 그의 앞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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