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의 중징계로 인해 좌초위기에 놓였다. 이 대표는 6·1 지방선거 승리 직후 혁신위 출범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차기 총선 공천제도를 놓고 친윤석열계 등과의 일전(一戰)을 예고했으나 뒤늦게 떠오른 당 윤리위원회의 '성접대 증거인멸교사 의혹' 징계를 이 대표가 피하지 못하면서, 혁신위도 추진력을 잃고 헤매는 모양새가 됐다.
혁신위는 당초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3개 소위원회 인원 구성을 발표, 당 소속 국회의원 및 원외당협위원장 300명 대상 혁신 의견수렴을 위한 설문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12일로 연기했다.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로 발생한 지도부 비상상황 해결을 논의할 선수(選數)별 의원모임과 의원총회가 잇따라 예고되면서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이 대표가 지명해 혁신위원장을 맡은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초선 회의에 참석해 "국회 들어온지 4개월 됐는데 (마치)4년이 지난 것 처럼 느껴진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당이 어려울수록 혁신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당 혁신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위원회 운영 의지를 재확인했다.
친(親)이준석 성향의 천하람 혁신위원은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유력한 가운데, "이 대표가 본인을 뽑아주신 분들을 생각해 버텨야 될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위 운영의 근간이 된 이 대표의 자진사퇴에 불가론을 편 것이다.
천 혁신위원은 혁신위 활동에 관해선 "최 위원장 같은 경우 이 대표의 거취와 상관없이 열심히 혁신위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면서 "다만 현실적으로는 이게 단순히 동력의 문제라기보다 이 대표 문제가 저희 당의 이슈 블랙홀로 작용할 가능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 진퇴 논란에 혁신위 활동이 관심을 얻기 힘들어졌다는 현실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이 대표는 앞서 차기 총선 공천 관련 제도 설계를 두고 친윤계가 공개 반발하면서 맞부딪혔다. 당 대표 거취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혁신위가 으뜸당원제나 총선 공천규칙 등 굵직한 의제에 손을 대기 어렵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재형(왼쪽)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초선의원 모임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