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우상호 비대위원장의 만류에도 8·28 전당대회 출마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 위원장이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자격 박탈 배경을 직접 설명했으나 두 사람은 평행선을 달렸다. 박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해도 후보 자격을 얻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재명 저격수'로 전환한 박 전 위원장이 장외에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우 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한 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주중 14~15일 정도 공식적으로 (당대표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며 "우 위원장도 제 결정을 존중한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점심을 함께하며 박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자격에 대해 의논했지만 이견만 확인했다. 우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당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배경과 과정을 소상히 설명했다"며 "본인이 (후보) 등록은 할 계획이라고 말했고, 저는 당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합당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비대위는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 가입 기간이 6개월 미만인 박 전 위원장에게 전당대회 출마 자격을 주지 않기로 했다.
박 전 위원장은 당헌 6조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자신에게 적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이 출마 선언을 하는 것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대신 예약해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다수 의원들은 이름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부탁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결정에 따라 후보 자격을 부여받는 것도 쉽지 않다. 다만 장외에서 '어대명' 기류에 대한 공세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혁신 경쟁이 없는 어대명 선거는 민주당 몰락의 신호탄"이라며 폭력적 팬덤과의 결별 등 자신이 제안한 '5대 혁신안'에 대한 이재명 의원의 입장을 물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관측된다. 이 의원의 등판 이후 공세를 펼치면서 '대항마' 이미지를 선점하고, 체급을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은 "이 의원이 (총선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체념 속에 갇혀있는 당원과 국민들에게 혁신의 내용을 내놔야 저도 경쟁자로서 논쟁을 시작할 수 있다"며 "기왕 나올 것으로 모두가 알고 있으면 하루라도 빨리 '나는 이런 생각이고 선거 패배에 내 책임은 이런 식으로 지겠다, 민주당 혁신은 이런 방향이고 민주당이 이기는 길로 가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세희·임재섭기자 saehee0127@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마친 후 자리를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