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위원회, 근로자 조사결과 공유
"초과수당 없고 근로시간 측정 안해"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반대
"초과수당 없고 근로시간 측정 안해"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반대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는 13일 "최근 제기되는 노동시간 유연화는 당사자인 IT 업계 노동자의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IT노조위원회는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한글과컴퓨터, 웹젠, 포스코ICT 등 80여개 법인 1만2000여명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 이들은 성남 지역 IT 노동자 18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0% 이상은 포괄임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96.4%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특히 현재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한 달의 초과 근로시간을 일주일에 몰아서 사용할 수 있는 제도에는 90.63%가 반대 의사를 보였다.
IT위원회는 포괄임금제로 초과 수당 지급 의무가 없어 노동시간 측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 시점에서 노동시간 유연화는 과거 '과로 시대'로의 역행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윤 IT위원회 위원장(네이버지회 지회장)은 "포괄임금제는 야근 수당을 지급하지 않다 보니 근로시간 계산 자체를 하지 않는다"며 "근로시간을 측정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52시간 제한이 없는 상태로 너무나 손쉽게 장시간 노동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IT·게임 업계는 2018년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있어 '판교의 오징어잡이 배', '구로의 등대'로 불렸다. 밤늦게까지 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을 빗댄 말이다.
지난 2017년에는 한 대형 게임사 직원이 크런치모드로 일하다 돌연사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크런치모드는 개발자들이 신제품, 신작 출시 등을 앞두고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간 장시간 업무를 수행하는 초고강도 노동 관행이다. 당시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발병 4주 전 1주간 78시간, 발병 7주 전 1주간 89시간에 달하는 근무시간을 소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IT·게임 업계에서는 성과 위주로 운영되는 업계 특성상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이 시행되면 비슷한 사례가 또다시 등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IT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유연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포괄임금제 폐지와 함께 정부가 노동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오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판교에 오징어잡이 배가 다시 뜬다' 토론회에 참석해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IT 업계 특성상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때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기 매우 어렵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동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문화도 업계에 만연해 있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용자를 대표하는 재계의 말만 듣고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의견도 청취해 달라"며 "사용자의 말만 듣고 제도를 변경했을 때 대다수 노동자의 권익은 보호받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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