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盤根錯節 <반근착절>](http://contents.dt.co.kr/images/202207/2022071502102369061001[1].jpg "[古典여담] 盤根錯節 <반근착절>")
후한의 6대 황제 안제(安帝)는 13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수렴청정하는 등(鄧)태후, 군권을 쥔 대장군 등즐의 권세에 눌려 허수아비 왕에 불과했다. 그 무렵 서쪽 변방에선 강족(羌族)이 호시탐탐 영토를 노려 병주·양주 두 지역 상황이 긴박했다. 등즐은 두 지역을 동시에 지키는 건 무리라는 이유로 양주를 포기하려 했다. 그러자 낭중(郎中) 우후가 극력 반대했다. 양주를 포기해버리면 수도인 낙양(洛陽)이 위험해지기 때문이었다. 다른 중신들까지 동조하고 나서자 등즐은 마지못해 자신의 계획을 철회했다.
그 일로 자존심이 상한 등즐은 우후를 손 볼 기회를 기다렸다. 마침 하남(河南) 지방에 비적떼들이 들끓어 현령이 살해됐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등즐은 우후를 신임 현령에 임명해 비적 소탕을 명했다. 지난 일로 앙심을 품고 우후를 곤경에 빠트리려는 등즐의 수작이었다. 지인들이 찾아와 걱정을 하자 우후는 태연했다.
그는 "험한 일을 피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신하의 직분이다"면서 "얽히고설킨 뿌리와 마디를 피한다면 어디에서 이 예리한 칼날을 휘두를 수 있겠소(不遇盤根錯節 何以別利器乎)"라며 비적 소탕에 나섰다. 우후는 죄수들을 석방해 적진에 침투시키는 전략으로 비적을 완전히 소탕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사상초유의 복합위기를 겪고 있다. 수많은 난제 속에서 국민들이 '숨 넘어가는' 상황이다. 이렇게 나라 형국이 '반근착절'인데 이를 풀어나가야할 정치권은 집안싸움에 함몰되어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해결책은 있기 마련이다. 정치권은 '갈 데까지 가보자'는 힘겨루기를 접고 민생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리당략을 떠나 합심해 선적한 난제들을 '쾌도난마' 하듯 시원하게 해결했으면 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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