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ICT과학부장
![[안경애 칼럼] 디지털 정부와 MZ세대의 공존방법](http://contents.dt.co.kr/images/202207/2022071802102269650001[1].jpg "[안경애 칼럼] 디지털 정부와 MZ세대의 공존방법")
이 플랫폼 개발은 절박함에서 시작됐다. SW 코드를 제로부터 하나하나 '수제식'으로 짜기에는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개발자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어렵사리 프리랜서 개발자를 확보해도 책임감 없이 떠나기 일쑤였다. SW 개발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것밖에 방법이 없없다.
플랫폼의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과거에 개발자 100명이 필요했던 프로젝트를 50명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개발속도도 훨씬 빨라지고 전체 개발 생산성이 100%까지 높아졌다.
과거 공공SW 개발사업의 대가는 투입한 인력의 수에 비례해서 매겨졌다. 그 제도가 계속 이어졌다면 브이티더블유의 혁신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은 개발한 SW 결과물의 기능을 계산해서 대가를 주기 때문에 개발 생산성 향상은 그대로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브이티더블유는 행정안전부 등 3개 공공 사업에 플랫폼을 적용해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세도 뚜렷하다. 코드 하나하나 짜는 옛날식 시스템 개발은 브이티더블유에서 금기가 됐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기업에도 플랫폼을 제공해 협업 생태계를 키우고 솔루션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례는 정부가 풀어준 작은 매듭이 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SW 대가제도 개선에 이어 필요한 것은 원격지 개발 정착이다. 개발자들이 사업 발주기관 인근에 모일 필요 없이 원하는 곳에서 SW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정부·공공기관들이 전국 각지로 이전하다 보니 SW 기업들은 개발자들을 각 기관 근처로 보내서 사업을 하고 있다. 직원들의 생활공간을 확보하고 하루 세끼를 타지에서 해결하다 보니 기업들은 사업비가 20~30% 늘어났다. 코로나19와 고물가로 어려움이 더 커졌지만 정부는 관련 비용을 기업들에 100% 전가하고 있다.
적자 투성이인 공공IT 사업 채산성은 더 악화됐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은 공공IT 업계를 떠나고 있다. 이는 결국 공공SW 사업의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599개 국가기관이 진행한 공공SW 사업 중 22.1%만 원격지 개발 방식을 채택했다.
최근 정부가 원격지 개발방식 확산에 힘쓰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기능점수 방식 대가체계와 원격지 개발이 함께 맞물리면 산업의 틀이 바뀔 수 있다. 전혀 다른 사업모델들이 탄생할 수 있다. 전통적인 시스템 개발 방식의 폐해 때문에 공공시장을 떠났던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다시 참여하는 마중물도 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꽃 피우려면 한정된 소수의 기업들만 경쟁하는 게 아니라 실력 있는 기업들이 활발하게 참여해 혁신을 만들어내야 한다. 정부는 발주기관과 참여 기업들이 품질문제 없이 원격지 개발체계를 안정화할 수 있도록 제도와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머릿수를 세서 대가를 지급하는 컨설팅, 시스템 운영·유지보수, 콘텐츠 개발, 데이터베이스 구축, 감리 사업도 하루빨리 결과물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SW와 서비스를 구독하는 시대에 머릿수 세기라니 시대를 한참 역행하는 일이다.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인공지능이 사람을 보조하는 시대에 아이러니한 제도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경기위축이 기업들을 옥죄는 시기에 정부의 비효율과 구태가 어려움을 보태선 안 된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맞는 공공 사업체계와 조달 혁신이 필요하다.
안경애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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