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노 전 한국원자력학회장
![[기고] i-SMR 성공을 두 손 모아 기원하며](http://contents.dt.co.kr/images/202207/2022072002102369660002[1].jpg "[기고] i-SMR 성공을 두 손 모아 기원하며")
필자는 한국 토종 소형 원전인 '스마트'(SMART)의 표준설계인가 사업의 총괄 책임을 맡은 바 있다. 참여연구진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2012년 7월 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앞서 경험해 본 연구자로서 최근 예타를 통과한 'i-SMR'(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사업의 성공을 기원하며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i-SMR은 개발의 끝이 아니다. 개발이 완료된 뒤 현재 SMR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미국 뉴스케일(NuScale)의 'VOYGR', GE-히타치 뉴클리어 에너지(GEH)의 'BWRX-300'과 경쟁해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아쉬운 점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신청 당시 제시했던 사업비의 상당 부분이 삭감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며 기술개발을 성공시켜 온 전력이 있으므로 여전히 낙관적으로 기대하지만, 이를 이뤄내야 할 연구진의 부담은 상당하리라고 예상한다.
통상 SMR의 기술적 척도는 목표로 설정한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원자로 출력, 육로 운송성, 부하추종 운전성, 적용할 심사지침 대비 접목기술의 인허가 가능성, 사고저항성 핵연료의 활용 가능성 등 다양하다. 이 중 몇 가지를 짚어보자.
첫째, 출력 결정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는 비용수용성, 제작성, 육로 운송성 등이 있다. 우리 i-SMR 역시 상충되는 요소들을 균형있게 비교 분석해 최적의 출력으로 결정했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많은 이들이 언급하는 소형원전과 대형원전의 경제성 비교는 어불성설이다. 소형원전의 경제성은 복합화력보다 경쟁력이 있으면 충분하다. 소형원전만이 진입할 수 있는 시장(niche market)이 있기 때문에 그 시장에서 비용수용성을 확보하면 그만이다.
둘째, 소형원전은 두산중공업 같은 공장에서 제작하고 트럭이나 기차로 수송해 원전 부지에서 설치하기에 건설 현장에서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다. i-SMR 역시 육로 운송이 가능해야 하는데, 혹시 원전 건설 비용보다 원자로 운송비용이 더 드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부하추종운전은 가능한지, 유럽 진출에 대비해 사고저항성 핵연료는 수용가능한지도 궁금하다. 많은 분들이 고심하여 결정했겠지만 i-SMR의 성공을 위하여 다시 한 번 살펴보길 권하고 싶다.
셋째, i-SMR의 혁신개념을 심사 평가할 수 있는 규제지침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기존 가압경수로를 위해 확립된 규제지침을 적용하면 i-SMR은 규제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i-SMR의 안전성을 제대로 심사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기술진의 노력으로 개발한 i-SMR이 수출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도록, 책임지고 시장을 발굴하고 수출에 박차를 가할 주관사도 미리 선정해야 한다.
SMR의 기술적 혁신성도 중요하지만, 시장지배력에 있어서 '선점' 여부가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는 현대자동차 '포니'를 통해 이런 사실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당시 가장 완성도 높은 자동차는 아니었지만 일찌감치 시장에 내놓은 '포니'가 있었기에 지금의 현대자동차와 자동차 수출 강국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SMART 표준설계인가 사업 당시 인허가 획득을 앞당기기 위해 대형원전에서 검증된 기술을 대폭 접목했다. 뉴스케일사의 VOYGR 원자로에 비해 혁신성은 떨어졌을 수 있지만 속도전에 있어서는 상당히 앞서 있었다. 즉, 상용화 의지만 있었다면 시장에 바로 진입시킬 수 있는 공학적 완성도가 이미 갖춰져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당시 SMART 표준설계인가를 받고서도 상용화를 하지 못했던 게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다.
SMART 표준설계 인가 사업을 경험해 본 필자로서 i-SMR이 경쟁자들을 뛰어 넘어 세계 시장을 제패하길 간절히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이 원팀이 되어 사업에 임해야 한다. 2008년 SMART 사업 시작부터 표준설계인가 획득,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어려운 과정에서 사업 주체들의 의지와 도움이 가장 중요했다.
어렵게 예타를 통과한 i-SMR 사업 역시 정해진 시간과 사업비의 한계 속에서도 이해당사자들이 합심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길 두 손 모아 빈다. 그리고 일찌감치 소형원자로 시장의 가능성을 전망하고, SMART에 애정을 가지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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