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 尹 만나 신재생에너지 등 협력 논의
노동부, 울산 사고 처벌 여부 2달째 결론 못 내
출국해도 막을 길 없어…역차별 논란 거셀 듯
노동부, 울산 사고 처벌 여부 2달째 결론 못 내
출국해도 막을 길 없어…역차별 논란 거셀 듯
에쓰오일 울산공장 폭발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을 넘겼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위반여부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이 방한해 20일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사우디 외교장관이 에쓰오일의 중대재해법 조사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해 한국까지 날아온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이번 방한 이후 오비이락으로 에쓰오일이 혐의에서 벗어난다면, 중대재해법 적용을 두고 국내 기업만 역차별을 당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파이살 장관은 이날 윤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만나 원전·그린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전환과 IT 기술 등에 대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파이살 장관에게 "에너지, 건설·인프라, 문화, 인적교류와 같은 미래지향적 협력 확대를 통해 양국관계를 한층 높은 수준으로 도약시켜 나가자"고 말했고, 파이살 장관은 "원전, 그린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IT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면담은 한·사우디 수교 60주년을 맞아 이뤄졌다. 재계에서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에쓰오일 CEO(최고경영자)가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당할 위기에 처하자 자국 핵심인사를 보호하려 온 것 아니냐고 추즉했다.
지난 5월19일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는 알킬레이를 생산하는 공정 중 열교환기 점검 과정에서 가연성가스가 누출되며 폭발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작업중이던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고용노동부는 에쓰오일 울산공장 폭발·화재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조사를 지난 6월2일 시작했고, 두 달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속지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사업주 국적과 상관없이 외국인도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다. 중대재해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후세인 알 카다니(사진) 에쓰오일 최고경영자는 외국인 1호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알 카타니 에쓰오일 대표는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가 지난 2019년 6월 선임한 사우디 출신 인사로,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알 카타니 대표는 외국인이라 에쓰오일 대주주인 아람코가 본국 인사 발령을 내릴 경우엔 출국을 막지 못한다.
외국인인 만큼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가 나기 전에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신속한 결과가 나와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중대재해법은 올해 1월27일부터 시행된 만큼 법 판례도 없는 상황에서 사우디 정부는 법 자체의 모호성을 이용해 외교적으로 자국민을 보호할 가능성이 있다.
아람코의 주요 임원들이 사우디 왕가와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 정부가 나설 명분도 충분하다.
중대재해법은 사망자 1명 이상이 발생하고 안전보건관리 조치가 미흡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년 이상의 징역' 자체가 처벌의 상한선이 아닌 하한선이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인 경영자가 대표인 에쓰오일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여부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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