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 한반도청년미래포럼 대표·안민포럼 청년회원
![[기고] 정쟁 프레임에서 비껴 본 북한 인권](http://contents.dt.co.kr/images/202207/2022072102102269073001[1].jpg "[기고] 정쟁 프레임에서 비껴 본 북한 인권")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 북한 당국 시스템적 특수성이 너무도 강하기 때문에 북한과 관련된 모든 문제들의 접근에 있어 다각적인 고찰과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 북한에는 현재에도 계급 제도가 존재하며, 북한 당국이 직접 나서서 출신성분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체제 유지를 목적으로 철저하게 시스템화된 중앙의 통제와 이로 인해 생겨나는 주민들의 생명권과 그 외의 기본권과 관련되는 극단적인 격차들은 북한 현대사의 역사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당 중앙과 평양 고위층, 즉 체제를 구성·유지해나가는 사람들의 삶의 수준과 정치범 수용소, 혹은 북한 정권이 규정한 '적대계층'들, 평양 밖의 사람들의 삶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온전히 전혀 다른 생명체 유형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필자가 북한 관련 분야에서 경험을 통해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 접할 수 있는 정치적 안건으로서 접하게 되는 북한 인권문제와 그 실상의 간극은, 글이나 말로써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그 골이 깊다. 미디어 등 사회적으로 알려진 정치적 안건으로서의 북한 인권 문제는 그 실상이 얼마나 참혹한지, 그리고 현재에도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 당 중앙의 체제 유지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처형 같은, 북한 당국이 직접 제도화하여 체계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한 인권 침해 시스템, 코로나 차단을 위해 권력과 무력을 기반으로 한, 정책적으로는 불완전하면서도 탄압과 통제로 철저하게 점철되어 있는 봉쇄 정책과 이동의 자유 제한, 그 외의 수많은 다각적인 인권 침해 행위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주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북한 국민 2500만 명 중 1040만 명이 기아를 경험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수치 속에 내재되어 있는 특수성에 대해 고찰해 보도록 하자. 북한은 당 중앙이 시스템화하여 평가해 놓은 계급 제도와 당 중앙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평양과 평양 외부 지역으로 거주 가능과 거주 불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들을 들어보면 평양과 평양 밖 삶의 질의 차이는 다른 종족으로 인지될 만큼 차이가 크다고 말하며, 중앙 권력이 의도하여 물리적·지리적으로 갈라놓은 경계에 대한 정신적 트라우마가 주민들 속에 심각하게 깊이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제도적 특수성에서 발생하는 삶의 질 양극화를 고려하여 1070만 명이라는 수치를 다시 돌아보면, 그 숫자 자체가 인류의 역사에 있어 많은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다. 동등한 인간으로서, 북한의 본 수치는 '인간'임으로써 갖는 권리와 권력이 무엇인지 재차 고찰해 봐야 할 인류 전체의 숙명이자 과제임을 재차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른바 '꽃제비'(일정한 거주지 없이 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북한의 성인 및 어린아이들을 이르는 말)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먹을 것을 구걸하거나, 훔치거나, 버려진 음식물들을 씻어 먹어가며 연명한다. 생존 본능밖에 남지 않아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는 어린 꽃제비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읽을 때는 인간 본능 그 이상의 것들을 보고 느끼게 된다.
국적과 인종 그 외의 어떠한 요소들을 막론하고 같은 '인간'으로서, 특히 죄 없는 어린아이들이, 생존을 위해서 겪어야 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생존을 위한 행위들이나, 죽어 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소멸되어 버린 인간의 이성과 완전히 소멸된 이성 속 생존 본능만 남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행동들은 그야말로 입에 담기도,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것들이었다.
현장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읽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단순히 사건이나 경험이 아닌, 그 경험으로 인해 남겨진 것들, 감정, 트라우마, 상처, 사회적 현상 등 인간으로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깊이 있게 기록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뉴스에서 통일부가 공개한 북송되는 탈북민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한국전쟁도, 천안함 폭침도, 그 외의 수많은 역사적 상처들도 여전히 정부와 정치권이 교체됨에 따라 숨겨진 사실이 드러나거나, 사실 여부가 뒤집히거나 가해자 논란이 터져 나온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누구인지,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어떠한 상처를 받았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그 상처들이 어떻게 우리의 내부를 파고들고 있는지 올바르게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
2030 세대들은 모든 논란들을 모아두고 조금 멀리서 바라보자. 분단과 전쟁 그리고 현재 생겨나고 있는 남북의 갈등과 남북 사회의 모습들을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자. 무엇이 보이는지는 독자분들 스스로에게 질문하겠다. 그렇게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는 싸우고 있고, 북은 핵 실험을 준비하고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있으며, 북한의 꽃제비 아이들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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