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포럼] 바꾸어야 할 정부의 위기 화법](http://contents.dt.co.kr/images/202207/2022072102102369002001[1].jpg "[포럼] 바꾸어야 할 정부의 위기 화법")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불안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까지 나서서 위기를 강조하는 것은 위기 트라우마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펀더멘탈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낭패를 보았던 선례가 먼저 경고를 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위기상황에서는 경기침체, 외화유동성 부족, 그리고 신용경색 등의 징후가 나타난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현상이 없는데도 위기론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까지 이 대열에 가세함으로써 불안을 키우고 있다.
경제 지표를 뜯어보면 위기 상황을 맞을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올랐지만, 하루 변동폭은 평균 7원에 불과하다. 무조건 달러를 확보하고 보자는 가수요로 넘쳐나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23원에 비하면 평온한 모습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9% 하락했지만 엔화(17%), 유로화(11%)보다 작다. 우리나라의 대외순자산은 3월말 기준 사상 최대인 6960억달러에 달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여타 선진국보다 낮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대외 건전성 위기를 걱정할 일도 거의 없다. 외평채 CDS 스프레드가 52bp 내외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675bp에 비해 매우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이유이다.
7월 13일 한국은행이 0.5%의 빅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앞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집값은 하향 안정될 것이다. 그렇지만 경기둔화를 넘어 경기침체라는 말을 사용할 만큼 실물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대외여건이 추가로 악화되더라도 금리 인상을 통해 확보한 정책 여력으로 대응할 수 있다.
지난 1월부터 3% 이하로 떨어진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용률은 2021년 1월 64.3%로 바닥을 친 후 거의 70%에 육박하고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많이 만든 탓도 있지만 노동시장만 보면 오히려 경기과열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 합리적 진단이다. 현재와 미래의 경기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5월 이후 모두 증가로 전환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물가상승세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등의 상황과 비교하면 희망을 가져야 한다.
실체가 희박한 위기론의 폐해는 명백하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고용을 늘리려는 의욕을 떨어뜨릴 것이다.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은행을 두드리는데 은행들은 기업들의 부실을 걱정해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곳은 대출을 거두어들이기 바쁠 것이다. 비가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홍수 난다고 예보해서 은행으로선 우산을 뺏어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실제 위기가 찾아오는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의 위험성까지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위기론을 타개하는데 선두에 서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화법(話法)부터 바뀌었으면 한다. 위기 대신 희망을 외쳐야 할 때임을 인식하고 우리 경제의 회복력과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대한 신뢰를 확산시켜야 한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금리 인상의 충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물가를 잡는 일이라는데 공감대를 조성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적극적으로 인상해 나가고 정부 또한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경기침체를 명분삼고 민생 안정을 이유로 긴축정책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과거 일본처럼 버블 경제를 잉태하게 될 것이다. 한국 경제가 자기실현적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윤석열 정부의 유연하고 영민한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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