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남긴 재산을 가로채려는 탐욕에 지적 장애가 있는 동생을 사망케 한 비정한 형에게 법의 철퇴가 내려졌다.
지난해 6월 28일 새벽 2시 50분쯤 경찰에 "지적 장애가 있는 동생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이모(45)씨는 "동생이 영화관에 간다며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그는 동생의 인상착의와 함께 말이 어눌하다는 점도 설명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동생의 행적을 수사하다가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동생이 전날 오후에 집을 나섰다고 진술했는데, 그날 저녁까지 함께 있던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또 한가지, 이 씨가 동생을 자신의 차에 태워 이동하다가 다른 차량으로 갈아타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다음날 이 씨에게 '감금' 혐의를 적용해 긴급 체포했고, 같은 날 오후 서울 강동대교 북단 한강에서 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 결과 이씨는 당일 새벽 지적장애 2급인 동생(당시 38세)을 경기 구리시 왕숙천 근처로 데려가 물에 빠뜨려 익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전날 오후 평소 숨을 먹지 못하는 동생에게 위스키를 권해 마시게 하고, 범행 직전 약이라고 속인 수면제를 먹게 해 잠들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인을 통해 수면제를 구하고, 지인의 이름으로 빌린 차를 이용해 범행 장소까지 이동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씨는 부모님이 남긴 상속 재산 34억여원 가운데 23억 원을 자신이 상속받는 내용의 분할 협의 등기를 했다. 그러나 동생의 후견인인 숙부가 이의를 제기하고 소송을 제기하자 재산을 모두 챙기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재판에서 "동생을 유기한 것은 맞지만 살해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건 현장 검증과 4대의 현장 CCTV 영상 등을 종합한 결과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21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다한 소비·지출 등으로 경제적 문제 등이 발생하자 동생의 상속재산을 빼앗을 목적으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지적장애인 동생에게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수면제와 함께 먹인 뒤 물에 빠뜨려 살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인 명의로 범행에 이용할 차량을 빌리고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들고자 피해자와 함께 있던 자리를 벗어나 통화기록을 남기고 거짓 실종 신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지적장애로 인해 취약한 상황에 있던 피해자는 부모님의 사망 이후 믿고 따르던 피붙이인 형의 탐욕으로 인해 영문도 모른채 고통스럽게 사망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유기만 했다는 비합리적 변명으로 일관할 뿐 진심어린 반성이나 참회의 모습은 보이고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주문 낭독 직후 A씨에게 "장기간 복역하게 될텐데 부디 참회하는 시간을 보내고 동생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형을 살기 바란다"고 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박양수의 천태만상] `수십억 유산` 욕심에...장애인 동생 살해한 친형, 1심 30년](//contents.dt.co.kr/images/202207/2022072102109919002005[1].jpg "[박양수의 천태만상] `수십억 유산` 욕심에...장애인 동생 살해한 친형, 1심 30년")
![[박양수의 천태만상] `수십억 유산` 욕심에...장애인 동생 살해한 친형, 1심 30년](http://contents.dt.co.kr/images/202207/2022072102109919002005[1].jpg "[박양수의 천태만상] `수십억 유산` 욕심에...장애인 동생 살해한 친형, 1심 30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