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기고] 우주개발의 신기원, 달탐사선 `다누리호`](http://contents.dt.co.kr/images/202207/2022072702102369660001[1].jpg "[기고] 우주개발의 신기원, 달탐사선 `다누리호`")
2007년부터 불기 시작한 달탐사 러시에 중국 인도 일본 미국이 경쟁적으로 달탐사선을 발사할 때, 일본의 가구야 달탐사선의 초기 결과가 2009년 여름 부산에서 개최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구과학 연합학회에서 발표됐다. 가구야 탐사선은 당시 달탐사의 종합판이라고 불릴 만큼 일본의 역량을 쏟아 부은 결과였다. 일본의 과학탑재체 연구책임자들과 함께 저녁을 식사하며 밤늦게까지 이어진 토론 자리에서 한일 연구자들은 10년을 꿈꿔왔던 달탐사의 뒷이야기와 만약 한국도 달탐사를 추진하게 되면 언젠가 두 나라가 동아시아 지역의 우주탐사를 서양의 도움 없이 당당히 이끌어 가면 좋겠다는 희망들도 나누었다.
달과학을 전공한 사람이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된 한국형 달탐사사업에 대한 기획에서 우리는 1969년 아폴로 달탐사부터 40여 년간 축적되어온 달에 대한 과학지식을 단기간에 습득해 따라 잡아야 했다. 2009년부터 시작된 두 번째 달탐사 러시에서 발표될 과학지식을 고려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달과학 연구주제들 가운데 우리나라의 기술력으로 규명 가능한 독창적인 주제를 발굴해 우리 달탐사선의 과학탑재체로 탑재해야만 했다.
달 궤도선이든 착륙선이든 과학자들의 몫은 새로운 과학지식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것이다. 깡통을 달에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국내 행성과학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과 학생들을 모아 정기적인 공부모임을 시작했고, 그리고 마침 경희대에서는 달탐사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들을 공부시키기 시작했다. 천문학과 지구물리학 모두의 배경이 필요한 달과학과 같은 새로운 연구분야에 대한 투자가 기존의 두 학과가 이미 잘 자리 잡은, 소위 말하는 스카이가 아닌 곳에서 시도되었다는 점은 주목해 볼 만하다.
경희대 연구팀은 당시 지상 망원경을 이용해 달에 대한 편광관측 연구를 통한 기초연구 역량을 배양하고 있었으므로, 우주탑재체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천문연구원은 인공위성연구소와 함께 달 궤도선에 편광카메라를 탑재해 달 뒷면을 포함한 달 전체 표면에 대한 편광지도 제작을 위한 탑재체 개발에 의기투합해 지금의 광시야편광카메라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한편, 엔지니어링 측면에서는 더 난감했던 것이 발사체, 위성체, 심(深)우주항법 및 통신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다. 누리호의 개발은 75톤 엔진 개발과 이들 엔진 4개의 클러터링 등 난관을 극복하기에 매진하고 있었으며, 개발이 성공하더라도 누리호로 달에 탐사선을 보내기 위해서는 위성체의 무게를 엄청나게 경량화 해야 하고, 누리호도 상단에 고체 킥모터를 추가해야만 했다.
이렇게 달착륙선을 발사할 수 있는 우리 발사체의 최대중량을 기준으로 달시험궤도선 사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단 1g이라도 경량화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의했다. 위성항법에 대해 혹자는 처음으로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기 때문에 여러 번의 달로 가는 연습을 먼저 좀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달탐사선 발사를 앞둔 현재 시점 궤도팀의 역량은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된다. 지구 정지궤도보다 10배나 먼 거리를 통신하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서 우리에게 내재화된 경험은 이미 충분하지만 발사를 앞두고 다가오는 긴장감을 어떻게 해도 떨칠 수는 없다. 다누리호의 발사와 운영, 과학탑재체 자료 분석까지 모두 마친 후, 여유롭게 지난 10년간 우여곡절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우리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는 논의장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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