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뒤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물량이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 1월~6월 수도권에서 무순위청약으로 나온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2788가구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 1396가구 대비 9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방 무순위청약 물량은 2972가구에서 4016가구로 늘어 수도권보다는 증가 폭이 작았다.
무순위청약이란 1·2순위 청약 이후 미계약(부적격자 혹은 계약 포기) 물량에 대해 무작위 추첨을 통해 청약 당첨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청약통장 보유나 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 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해 '줍줍'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 무순위청약 물량은 지난해 상반기 99가구에서 올해 781가구로 늘었고, 경기도는 1294가구에서 1553가구로, 인천은 3가구에서 454가구로 증가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와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는 무순위청약이 3회 이상 진행됐지만 여전히 미계약 물량이 남아있다. 칸타빌수유팰리스는 기존 분양가 대비 최대 15% 할인된 금액으로 분양에 나섰지만 계약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모집 세대 전체가 무순위청약으로 나오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난 5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에서 분양한 '이안모란센트럴파크'는 모집 세대 74가구가 모두 무순위청약으로 넘어갔다.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서 모집 세대 전체에 대한 무순위청약이 진행되는 경우는 지난 2020년 7월 서울 강서구 공항동 '발쿠치네 하우스' 이후 2년 만이다.
집값이 급등했던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도권 아파트는 '로또'로 불리며 '청약불패'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1년 사이 청약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올해부터 아파트 분양 잔금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고, 이달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 대출자에게 DSR 40%가 적용되는 등 규제가 강화됐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급격한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은 것으로 풀이된다.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급격한 금리인상 여파로 청약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며 "수도권에서도 입지와 분양가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