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 살해에도 일방적 주장으로 사실 호도, 2·3차 인권유린 일삼아 심판 필요"
"월북 감행 시 사살하기도" 신동근까지 의원 3인 민주당 윤리심판원 징계 청원도
북한에 피격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 유족 측이 28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 설훈 의원에 소위 '월북 몰이' 등 2차 가해 책임을 묻겠다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제기했다. 또 신동근 민주당 의원까지 아울러 3인을 민주당 윤리심판원에 제소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와 유족 측 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공무원이 살해당했음에도 일방적인 주장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2차, 3차 인권유린 행위를 일삼은 국회의원에게 심판이 필요한 때"라며 인권위 차원의 감사·조사를 촉구했다.
유족 측은 사건 관련 현 정부의 진상규명 움직임에 우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17일 "그분(고인)의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한가" "국정 우선과제 중에 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등 발언한 것과, 설 의원이 지난달 20일 "국민은 '이게 무슨 짓이냐'(라고 한다)" "아무것도 아닌 내용을 가지고" 등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래진씨는 인권위 진정서를 통해 이들의 발언을 두고 "헌법에서 인정된 기본권 중 가장 중요한 고인의 생명권 및 유족의 인격권을 경시한 점을 이유로 진정한다"며 "유가족과 진정인은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호소했다.
유족 측은 인권위 진정서 접수에 이어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를 찾아가 우 위원장과 설 의원에 신 의원까지 3인에 대한 당 윤리심판원 징계를 청원했다. 의원들의 발언이 민주당 당규 윤리심판원 규정상 '윤리규범에 규정된 규율을 위반하는 경우', '당의 품위를 훼손하는 경우', '폭행·폭언·허위사실유포 등 국민정서에 반하는 언행' 등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신 의원은 지난 2020년 9월 고인이 자진월북한 것으로 본다는 당국 발표 이후 자신의 SNS에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9월에 40대 민간인이 월북하려다 우리 군에 의해 사살당한 사례가 있었다. 월북은 반(反)국가 중대범죄이기 때문에 월경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막고 그래도 계속 감행할 경우는 사살하기도 한다"고 적었다.
'월북 감행 시 사살'을 언급한 데 대해 이래진씨는 "고인 자녀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정신적 가해행위를 했다"고 징계 청원 이유를 밝혔다. 고인의 아들 A군도 2020년 11월 신 의원의 같은 발언을 두고 진정을 제기했는데, 인권위는 "SNS에 단순히 정치적 주장을 한 것"이라며 "국회의원 업무 수행과 관련된 인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각하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2020년 9월 서해상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발견됐으나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씨(오른쪽 두번째)와 이대준씨 유족 법률대리인 김기윤(오른쪽)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설훈 국회의원에 대한 진정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