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 한반도청년미래포럼 대표·안민포럼 청년회원
![[기고] 北이탈주민들의 자유 향한 정체성](http://contents.dt.co.kr/images/202208/2022080402102269073001[1].jpg "[기고] 北이탈주민들의 자유 향한 정체성")
그리고 랩소디는 광시곡(狂詩曲)으로 관능적이면서 내용이나 형식이 비교적 자유로운 환상적인 기악곡이라고 한다. 즉 보헤미안 랩소디를 작곡한 프레디 머큐리가 15세기경 프랑스인들이 부르던 보헤미아 지방 유랑민족의 역사를 인지하고 써 내려간 곡인지 아닌지는 확실하게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보헤미안이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자를 비유하는 단어이며, 랩소디가 관능적이면서 내용이나 형식이 비교적 자유로운 기악곡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추측해 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두 단어의 의미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틀과 억압에서 벗어난 자유'라는 중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라고 작명한 데는 프레디 머큐리가 프레임과 억압 속에서 탈피해 자유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고백하기 위해 곡을 썼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가사를 보면, 자신이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겨 남자를 죽였고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그 길을 가야만 하는데, 엄마에게는 자신이 내일 돌아오지 않아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살아가라는 고백이 있다. 이 구절은 프레디 본인이 기존의 자아를 죽이고 양성애자인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결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추측되어왔다. 그렇게 사람들은 막연한 자유를 향한 자신의 갈망을 투영시켜 곡을 끊임없이 사랑했고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며 전 세계적으로 장기간 불려왔다.
영화가 흥행하고, 사회적 화두로 떠올라 그 뜻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을 때, 필자는 한민족의 디아스포라를 떠올렸다. 특히 북한 사회와 북한이탈주민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북한의 주민들은 북한 내에서조차 이동의 자유에 제한을 받는다고 한다. 특히 출신 성분 체계에 따라 거주지가 정해지고 혹은 현 거주지로부터 오지로 추방을 당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체제 유지를 위한 사회적 억압과 감시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는 공포감을 의식과 무의식 속에 간직한 채 살아간다고 한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세뇌 교육이다. 김씨 일가를 신격화해 철저하게 어렸을 때부터 교육 및 그 외의 사회의 모든 요소들에 그들의 우상화 과정을 녹여놓았다. '수령 무오류론'(수령님의 말씀은 틀린 것이 있을 수 없다)이라는 말이 존재할 정도로 김씨 일가의 체제 유지를 위해 북한은 체제 전체가 시스템화되어 돌아가고, 이는 개개인의 이성을 재단질하며 감성을 철저히 통제, 주입, 강요, 설계하여 인간성을 소멸시킨다. 이에 개개인 내면의 정체성은 철저하게 '당에서 규정하는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산물'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억압과 삶의 애환을 안고 견디다 못해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면서 새로운 존재로서 새 삶을 맞이하게 된다. 마치 매트릭스 속에서 갇혀있다가 나온 존재와 같이, 폐쇄되었던 공간에서 형성되었던 모든 개개인의 정체성이 붕괴되고 온전한 본연의 것들로 다시 태어난다.
탈북하여 바깥세상을 알게 되고, 그동안 북한 당국에서 설계해 놓은 조각상과 같은 자아 정체성은 하루아침에 무너지며 새로운 자아로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노래 구절처럼 남자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겨 북한 내부에서 설계된, 자아라고 말할 수 없는 자아로부터 탈피하고, 다시 진정한 내 존엄성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어진다. 그렇게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 내부에서의 자신으로부터 격렬하게 탈피하여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아낸다.
"엄마 내가 내일 돌아오지 않아도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계속 살아가세요"라는 구절은 역시 북한이탈주민분들의 스토리를 연상하게 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러한 말들을 남기고 떠나오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함께 탈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국경 경비대와 보위부, 중국 공안들의 단속과 북송의 위험에 전략적으로 탈북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디아스포라 속에서 또 다른 생이별들이 생겨난다. 그 고통들을 견뎌내고서야 그들은 본연의 자아로 다시 태어남을 스스로 체감한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내용처럼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 중에 가장 극한에 놓여있는 보헤미안들이 북한 이탈주민들이다. "어쨌든 바람은 계속 분다"(Anyway the wind blows)라는 가사처럼 세상은 어쨌든 흘러갈 것이다. 그렇게 역사가 쓰이지만, 탈북 어민 북송이 사회적 논란이 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와 한반도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인간으로서 태어나 살아가는 존재들이 모두 스스로의 자아를 찾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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