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측은 한국 정부가 중국의 '사드 3불(不)'(사드 추가불가, 미국 미사일방어 및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 요구를 수용했다고 주장했으나 한국 측은 "중국 측이 요구한 '사드 3불'은 국가간 합의나 약속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새로운 한중관계를 설정하고자 마련한 자리에서 한중 간 갈등요인만 부각한 셈이다.
박 장관은 10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드 문제와 관련해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은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우리의 안보 주권 사안임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전날인 9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5시간에 걸쳐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는 사드, 공급망 협력, 한중관계 강화, 한반도 문제 등이 의제로 올랐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소위 '사드 3불'은 우리에게 구속력이 없다고 했다"며 "전임 정부에서 사드를 협상한 분들이 직접 그렇게 얘기했다는 것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종료된 뒤 사드와 관련한 별도의 자료를 발표하고 "사드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교환을 하고,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며 "(양측은) 서로 안보 우려를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도록 노력해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는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인식을 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한국이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다만 박 장관은 "중국 측이 계속 '사드 3불'을 거론할수록 양국 국민의 상호인식이 나빠지고 양국 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새로운 한중관계를 위해 자중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중관계에서 사드가 전부가 아니고, 전부가 돼서도 안 된다고 왕이 위원을 설득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박 장관은 간담회에서 "양측은 사드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번 회담의 성과로 발전적 한중관계를 위한 공동행동계획을 합의한 점을 꼽았다. 박 장관은 "양측의 관심 사안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다"며 양국 외교부가 실천할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한중관계 미래 발전을 위한 공동 행동계획을 제안했고 중국도 추진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제안한 행동계획에는 외교·국방당국 '2+2' 외교안보대화, 공급망 대화, 해양협력대화, 탄소중립 협력 등이 새롭게 포함됐다.
박 장관은 또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명확히 설명했다"며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대화로 복귀해 진정한 비핵화의 길을 걷도록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고 중국도 이에 공감했다"고 회담 결과를 전했다. 박 장관은 이밖에도 중국 측에 문화교류 확대와 함께 한한령을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다만 한한령의 존재를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는 중국 측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박 장관은 "앞으로 양국 외교장관이 셔틀 외교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적절한 시기에 왕 위원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을 희망한다는 의향을 중국 측에 전했다. 외교부 측은 "우리 대통령들이 중국에 지난 10년 동안에 5번가량 방문하고 시 주석이 한국에 한 번 온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외교에 있어 비대칭성"이라며 "양자 외교와는 별도로 다자 정상회담에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있기 때문에 연말에 있는 다자 정상회담에서 그러한 가능성이 있기를 기대하고 외교적으로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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