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침 8시부터 줄선 5000원대 치킨…이마트·홈플러스, 연일 완판행진

입력: 2022-08-21 13:08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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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15분에 와서 1번으로 섰어요. 싸니까 사려고요." 21일 오전 8시가 조금 넘어선 시각, 일요일 이른 아침인데도 서울 강서구 이마트 가양점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100마리 한정수량으로 판매하는 5000원대 치킨을 사기 위한 줄이다.

이 줄 맨 앞에 선 A씨(강서구, 60대·여성)는 "가격이 저렴하니까 왔다. 온 김에 마트도 둘러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구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A씨 옆에 서 있던 또 다른 고객 B씨(양천구, 70대·여성)는 "물가가 올라서 시장에서 파는 치킨도 1만원이 넘고 프랜차이즈는 3만원 줘야 사먹을 수 있는데 여기선 5000원대에 살 수 있다고 하니 왔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 18일부터 일주일 동안, 치킨 한 마리(9호, 900g)를 5980원에 판매 중이다. 가양점의 경우 주말 100마리, 평일 60마리 한정 판매하고 있다.

이 치킨을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을 받기 위해 늘어선 대기줄은 이날 오전 9시 30께 약 30명 정도였던 것이 점포 개장 직전인 9시 59분께 105명으로 불어났다. 결국 5명은 치킨을 못 샀다.

대형마트의 이 같은 치킨 할인 판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대흥행'이다.

2만원을 훌쩍 넘기는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 값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첫날 이마트 전 매장 합산 7000마리를 준비했는데 다 팔렸다"고 밝혔다.

앞서 홈플러스에서도 6990원짜리 '당당치킨'을 선보여 두 달만에 40만마리를 팔았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 행사 기획 단계에서 예상했던 한달 판매량은 6만 마리였다"면서 "그런데 6월 30일부터 말복인 8월 15일까지 누적 38만 마리가 팔렸다"고 말했다.

이어 "외식 물가 급등에 따라 고객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선호하는 추세다"라고 덧붙였다.

롯데마트도 지난 8월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간 정상가 1만5800원짜리 치킨을 8800원(행사카드 결제 기준)에 판매하는 '뉴한통가아득 치킨' 행사를 진행해 4만마리 이상을 판매했다. 행사 기간 해당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약 3배 신장했다.

12년 전인 지난 2010년 롯데마트가 5000원대 통큰치킨을 선보였다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 여론 속에 판매를 중단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의 치킨 할인 행사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달라진 점이 시사하는 바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외식하기도, 장보기도 겁나는 고물가 시대에 조금이라도 싸게 좋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5000원대 치킨 오픈런은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값이 과도하게 인상돼 있다는 소비자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현상이다. 물가인상 흐름에 편승해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불신이 형성돼 있는 것"이라며 "소비자가 공급자에 기대하는 것은 비효율 줄여 조금이라도 싸게, 좋은 제품 공급하는 자세라는 점에 기업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코로나 확산한 지난 2년간 치킨 프랜차이즈 이익이 급증한 상황에서 업체들이 가격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노력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가계지출을 안 줄이면 생존이 쉽지 않을 정도로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지금은 소비자들이 골목상권 지키자고 비싼 치킨 사먹어줄 거라 기대할 때가 아니며,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가맹점 간 가격 조정에 나설 때란 얘기"라고 강조했다.글·사진 =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