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으로 당 대표직을 상실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2일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관해 "인용되면 당이 망한다"며 "저는 딜레마 아닌데요(딜레마가 없다)"라고 못 박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YTN 오전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국민의힘 내에선 (가처분 신청 결과) 기각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인용되면 당이 망한다니까요"라고 답했다. '본인이 (가처분 신청을) 했지 않냐'는 뒤이은 물음에는 "저한테 (당원권 정지 징계와 지도부 해산을) 걸어온 건 저를 망하게 하려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평상시같으면 이런 판단을 하겠냐"며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너 혼자 망하면 돼' 이런 거, 아주 간단하게 본인의 문제 또는 본인의 가족문제로 치환하면 다 이런 판단을 한다. 옛날 주호영 대표(현 비상대책위원장) 본인이 (총선) 공천 떨어졌을 때 가처분 걸었다. 그리고 다 무소속 출마했다. 다 억울하면 건다"고 당 운영 갈등과 비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8월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기 위해 차에 타고 있다.<연합뉴스>
'그래도 (총선 공천탈락 불복 등은) 개인의 어떤 가처분이고, (비대위 효력정지는) 당의 존립이 걸려있는 것'이란 진행자의 물음에는 "공천이라는 것도 당에 나에게 부당한 처분을 했으니까 법원에 가서 억울함 풀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가까운 예로는 또 윤석열 대통령께서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의 직무정지) 징계 처분에 (가처분) 거셨는데, 본안은 졌다. 그게 나라를 상대로 한 소송인데 사실상. 국가 망하라고 소송된 거냐"고 고위공직자 직무·징계 관련 문제와 빗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말씀대로라면 딜레마 같다. 이겨도 그렇고, 져도 그런 상황 아니냐'는 질문에는 "저는 딜레마 아닌데요. 나쁜 사람들 때려 잡아야죠"라고 했다. 자신이 익명 인터뷰 의혹 제기로 꺼낸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꼬리표를 붙인 친윤(親윤석열)계 인사들을 '나쁜 사람들'로서 '때려 잡아야'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그는 "가처분 인용 확률이 20~30%, 40%만 있어도 이 리스크는 (내기를) 걸면 안 되는 리스크다. 30%의 확률로 당이 망하는 것"이라며 "회사가 내 것이다, 또는 내가 여기에 책임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면 회삿돈으로 막 사치스럽게 쓰는 분들이 있는데 이분들(윤핵관 등)은 어디서 갖고 온 판돈으로 이런 일을 벌이냐"고 했다.
'이번주 내로 결정이 나올 것 같은데, 재판부 판사가 이 전 대표와 많은 대화를 했다더라'라는 물음에는 "김기현 의원이나 주 비대위원장 같이 본인이 판사 출신인 분들이 사법부에 대놓고 이런 건 기각돼야 한다고 장외 압박을 하고 있는데 저는 그런 것에 보태지 않겠다"며 "사법부가 사실 그런 압박을 받는다는 것도,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왔을 때 순수성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리 장기화에 따른 유불리에 대해선 "저는 제가 살면서 법정 갈 일이 있겠나. 저도 법정 처음 가봤기 때문에 분위기를 모르겠다"고 일관했다.
이 전 대표는 비윤(非윤석열) 성향으로 분류되며 당 대표직 박탈을 반대했던 인사들이 자신의 최근 행보를 비판한 것에도 이 전 대표는 날선 반응을 보였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이 전 대표의 의도는 대통령과 대립구도를 만들어 자기 위상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그는 "제 위상은 이미 대한민국 한 정당 대표를 지냈고 인지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겠냐"며 "본인들의 틀에 맞춰 해석하면 그렇게밖에 해석이 나올 수 없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같이 개혁의 길에 나서자가 아니라 이준석의 입을 닫아보자 쪽으로 같이 동감해 나가기 시작하면 그게 바로 방향성이 틀렸다"고 단언했다. 정미경 전 최고위원이 '받아들이고 대장의 길을 가라'며 비대위 전환 수용을 뒤늦게 당부한 것에도 이 전 대표는 "뭘 받아들여야 됩니까. 윤핵관이 하는 주장에 받아들인 가치가 하나라도 있으면 제가 할 텐데"라며 친윤계에 정치적 비전과 공천개혁 구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핵관과,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있는' 행동들이 저와 맞서고 있다고 보는 게 정석일 텐데, 결국 '대통령의 뜻을 꺾을 수 있겠냐'에 대해 전부 다 '불가능 베팅'을 하고 있다"며 "'계속 평행선 또는 이렇게 가다보면 대통령과 윤핵관의 뜻을 꺾기보다는 이준석이 꺾일 것이다. 그러니까 네가 접는 게 너를 위해 좋지 않겠느냐'가 하나의 맥락인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 어떻게 바꿔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최근 윤핵관을 은퇴시키자며 당원가입을 독려하는 것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지금 가입해도 10년 뒤에 (역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며 "당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특수하겠지만, 어쨌든 당원들이 많이 가입하면 좋다"고 답했다. "제가 당원 가입하라고 했더니 이걸 해당행위로 보는 사람들이 있던데. 정신이 좀 이상한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차기 당 대표 출마가 힘들겠다는 물음에는 "본인들이 아무리 획책을 한다고 해도 뜻대로 안 된다"며 "지도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지금 이 꼴로 해서 총선 때까지 그 지도부가 공천한다는 보장 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는 항상 말씀드리지만 윤핵관이라고 하는 분들도 나중에 윤 대통령한테 싫은 소리 할 수 있는 분들이다. 잘 보시라. 그분들의 이력. 제가 예전에 어떤 네 글자에 비유했다"고 장제원 의원을 공격한 '삼성가노(三姓家奴)'를 시사했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뒤 함께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들었지만, 2017년 대선에서 유승민 전 의원(당시 바른정당 대선후보)을 지지하지 않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당시 대선후보를 지지하며 복당한 이들을 '3개의 주인 성씨를 가진 노비'로 빗댄 것이다.
이 전 대표 본인은 유 전 의원과 함께 '개혁보수'를 내걸며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시절까지 한국당과 각을 세우다가 2020년 총선 직전 미래통합당 신설합당 때 합류했다. 합당 논의가 삐걱이던 시절엔 황교안 당시 한국당 대표 측에 '황핵관'이 훼방 놓고 있다는 주장을 편 적도 있다.
그는 "그분들이 옛날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다른 정치 지도자들(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 열성적으로 응원했던 분들"이라며 "그런데 요즘은 그분들을 오히려 공격하면서 하나의 변태(變態·상태나 태도가 달라짐)를 겪었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