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협력 모델은 향후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완성차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완성차가 대부분의 기능 설계를 자체 개발이나 자회사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업체와의 협력으로 원가를 줄이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답을 토레스가 제시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토레스에는 만도의 제동(브레이크), 현가(서스펜션), 조향(스티어링휠)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ADAS는 만도의 핵심 신성장동력 사업 분야 중 하나로, 토레스에는 능동형 주행안전 보조기술인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이 탑재됐다. 특히 새로 추가된 다중충돌방지 시스템(MCB)의 경우 1차 사고로 운전자가 차량제어가 불가능할 경우 자동으로 10초간 브레이크가 작동돼 추가 상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제동·현가·조향 등은 만도의 핵심 사업군 중 하나로, 승차감·핸들링 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쌍용차는 토레스 개발 단계에서 옛 코란도·무쏘의 정체성을 되살리면서도 주행 성능에서는 도심형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는데, 만도는 오랜 기간 쌍용차에 해당 제품을 납품해 오며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AVNT(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텔레매틱스)는 디젠의 제품이 적용됐고, 맵(지도) 데이터는 아이나비 브랜드로 유명한 팅크웨어가 맡았다. 디젠은 2005년 설립된 AVN 전문업체로 연 매출을 2000억원을 넘어가는 중견급이며, 팅크웨어는 국내 내비게이션·블랙박스 업종의 선두주자다. 실내에는 메인 디스플레이 외에 기존 공조버튼을 대체하는 버튼 리스(버튼이 없는) 디스플레이가 따로 배치됐다.
진영전기는 기존 스위치 방식의 공조버튼이 아닌 새 터치 패널 개발에 나섰으며, 이강 쌍용차 디자인센터 총괄 상무는 지난 6월말 기자간담회에서 "공조 버튼을 디지털 콘트롤러에 모두 담아 편의성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차체는 잘 알려진 대로 포스코의 고강력 강판이 대거 적용됐다. 쌍용차는 포스코와 토레스 개발 단계부터 고장력 강판 적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논의를 가졌고, 그 결과 동급 최대 수준인 차체의 78%에 고장력 강판이 사용됐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강남 포스코센터에 토레스를 전시하는 등 마케팅에도 힘을 보탰다.
이 밖에 최상의 SUV 모델인 렉스턴에 적용되는 씨토스의 공기청정기도 토레스에 내장 적용돼, 프리미엄급의 상품성을 확보했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 26일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았다. 여기에는 토레스가 지난달 출시 이후 계약 물량만 6만대를 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은 점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 나온다.
토레스의 최상위 트림 가격은 3020만원으로, 가솔린 모델 기준 기아 스포티지의 최상위 트림(3338만원)보다 저렴하고, 쏘렌토의 최저 트림(3002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범석 쌍용차 마케팅 담당은 지난달 토레스 출시 행사에서 "시장 경쟁력을 고려해 준중형-중형 SUV 사이에서 합리적인 가격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토레스가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판매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총력 생산체제를 구축해 판매 물량을 증대하고 재무구조도 개선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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