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자 심장으로 일컬어지는 호남 지역에서 연이어 지도부 배출에 실패했다. 지역의 권리당원 선거인단 수도 전체 당원의 3분의 1이상(전체117만9000명 중 42만1047명)이지만 지역 출신 최고위원 후보들에게는 좀처럼 힘을 보태주지 않은 모양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호남 권리당원의 온라인 투표율은 전국 '꼴찌' 수준이다. 호남 지역 표심이 수도권으로 출향한 권리당원이나 지역 출신 인사에게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중앙 정치권에서 존재감이 부재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민주당에 따르면, 호남단일 후보로 최고위원에 도전한 송갑석 후보(광주 서구갑)는 총 득표율 10.81%로 7명의 도전자 가운데 6위에 머물며 탈락했다. 호남 단일 주자로는 전북의 한병도 의원과 전남 서삼석 의원에 이어 세 번째 고배를 마신 셈이다.
당초 예상처럼 호남 표심이 수도권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송 후보는 전남 ·광주 경선에서 각각 14.55%와 22.27%를 득표해 5위였던 박찬대 후보(9.47%)를 뒤쫓기도 했지만, 경기·서울에서는 각각 7.48%, 8.81%를 얻는 데 그쳤다.
호남에서 이번 전당대회가 관심을 끌지 못한 탓도 있다. 이번 전당대회 호남 권리당원 선거인단 수는 전남 17만1321명, 전북 15만7572명, 광주 9만2154명으로 집계됐지만, 온라인 투표율은 전국 17.20%, 광주 18.18%, 전남 16.76%에 그쳤다.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송 후보를 비롯한 기존에 지도부에 출사표를 던졌던 호남 주자들이 초·재선 출신이 대다수라 중앙 정치권에서 인지도가 낮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대 국회만해도 호남 지역구 의원들은 대선 후보를 지냈던 정동영 의원이나 국회 부의장을 지냈던 박주선 의원, 국회 교문위원장을 맡았던 유성엽 의원 등 3선 이상 의원들이 다수 포진했었는데, 이들과 위상을 비교해볼 때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민주당 출범 이후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 중 지도부에 오른 경우는 2020년 8월29일 전당대회에서 양향자 의원(광주 서구을·현재는 무소속)이 최고위원 진출에 성공한 게 유일하다. 같은 대회에서 전남 4선 출신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대표에 선출됐으나 당시에는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이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호남의 정서를 기존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권리당원 투표율이 최저 수준으로 나왔듯이 더 이상 호남 민심이 지역에서 하는 민주당의 이벤트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고상진 전북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호남의 정치적 위상이 급속도로 추락한 현실을 반영한다"며 "호남에 지역구를 둔 정치인들이 각종 정치적 이슈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결과가 표심으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제 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