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등급제' 도입 숙원 풀었지만
국가 차원 제작비 세제지원 호소
美·英 등 선진국은 20~30% 공제
국내선 대기업 기준 겨우 3%만
국가 차원 제작비 세제지원 호소
美·英 등 선진국은 20~30% 공제
국내선 대기업 기준 겨우 3%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계의 숙원인 자율등급제 도입이 현실화됐지만 업계는 세액공제 확대를 비롯한 실질적인 지원을 늘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고 OTT 자율등급제 도입 등을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법'(영비법) 일부 개정안을 가결했다. 개정안에는 그간 OTT 업계의 숙원이었던 자율등급제 시행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OTT 사업자가 온라인 비디오물의 등급을 자율적으로 분류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내 OTT 사업자는 해외 수급 콘텐츠와 오리지널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전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했다. 심의로 인해 콘텐츠를 발빠르게 제공하기 어려워 심의 기간 동안 콘텐츠를 제작하고도 일정이 늦어졌다. 신규 콘텐츠의 적기 출시가 어려워지면서 OTT 사업자들의 콘텐츠 제작과 수급 전략에도 걸림돌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OTT가 활성화되면서 2020년과 지난해 심의 대상 콘텐츠가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심의 기간 지연이 심화됐다.
OTT 업계는 국회의 자율등급제 논의 결과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등급 분류가 지연돼 서비스가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앞으로는 콘텐츠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숙원 과제가 남았다. OTT 업계에서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 게임' 등 글로벌 히트작이 나오고,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주목을 받은 만큼 글로벌 OTT에 견줄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에 소프트파워 경쟁력을 갖춘 이때 국가 차원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늘림으로써 국내 콘텐츠 산업 활성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지적이다.
OTT 및 콘텐츠 업계는 '퍼주기식' 지원이 아니라 국내 영상 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가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 등 해외 선진국의 경우 제작비의 20~30% 이상을 세액공제 해 주는 데 비해 국내 상황은 큰 차이가 난다. 국내 세액공제 비율은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로, 3년마다 제도가 일몰돼 2025년까지 적용된다.
이에 국내에서도 세액공제 비율을 높여 글로벌 OTT 업계에 뒤쳐지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OTT 활성화로 인해 높은 품질의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제작비 전반이 증가한 상황에서 세제지원이 제작 투자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1조원의 파급 효과가 있었고 '대장금'은 쏘나타 10만대를 수출한 효과로 이어졌다. 그만큼 K콘텐츠가 활성화되면 관광부터 뷰티, 푸드 등 다양한 산업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도 얻을 수 있다"며 "직·간접 생산효과가 큰 만큼 제조업에 국한된 R&D(연구개발) 세액공제가 콘텐츠 산업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정은 기획재정부에 달렸다. 기재부는 지난달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콘텐츠 제작비 세제지원 대상에 OTT를 포함하고, 영상 콘텐츠 공제 혜택을 2025년까지 3년간 연장하는 내용을 담아 업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그러나 세액공제 확대는 포함되지 않았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영비법 통과는 큰 틀에서 인터넷 영역이 자율규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자체 등급 분류가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세제혜택 확대의 경우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풀기 어려운 문제지만, 정부의 OTT 지원 금액이 크지 않은 만큼 금융 지원이나 모태펀드 부분이라도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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