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학회는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SK이노베이션 60년 혁신 성장 스토리'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회사의 혁신 성장 포인트를 '빅픽처'와 '딥체인지'로 구분해 연구한 결과를 공개했다.
학회는 이번 연구 결과의 핵심이 SK이노베이션의 출발점인 유공이 SK를 만나 첫 번째 혁신인 종합에너지 기업이라는 '빅픽처' 아래 성장해 왔고, 새로운 경영환경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딥체인지'라는 두 번째 혁신으로 글로벌 그린에너지 선도기업으로 발전한 과정을 짚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픽처'는 크게 멀리 내다보는 것으로, 기업의 존재이유를 설명하고 성장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논리체계의 집합을 의미한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멀리 보는' 큰 그림을 최태원 회장이 근본적 혁신을 의미하는 딥체인지로 완성한 것이다.
이춘우 기업가정신학회장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강조한 SK이노베이션의 혁신 DNA는 최 회장을 거쳐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며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인 '그린 에너지와 소재기업'으로의 발전과 넷제로 달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에 따르면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빅픽처 아래 유공을 인수한 SK는 정유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1975년 수직계열화를 완성시켰다. 또 정유기업 최초로 1985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 윤활기유 사업 등 관련 비즈니스를 지속 확대해 왔다.
학회는 빅픽처 사례로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회사는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석유개발, 1984년 아프리카의 모리타니아 육상브록 제9광구 개발에 25% 지분을 투자했다가 실패했지만, 이 같은 실패를 바탕으로 북예멘 마리브 광구 탐사 개발 투자에 크게 성공하면서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에 새 희망을 보여줬다.
김현욱 KDI 교수는 "몇 차례 실패하면서 사업 추진력이 상실될 위기였지만, 최종현 선대회장은 문책을 금지하고 격려하면서 모범적 경영이념을 실천한 것"이라며 "경제성 평가와 더불어 석유 업스트림 진출 측면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들인 최태원 회장은 '딥체인지' 경영전략으로 SK이노베이션을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학회는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이 '딥체인지' 혁신으로 배터리, 소재 등 비정유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한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함으로써 전동화와 순환경제 중심의 글로벌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학회측은 설명했다.학회는 최 회장의 딥체인지 사례로 한중 최대 경제협력으로 인정받는 중한석화를 꼽았다. 중한석화는 중국 석유화학에 진출한 유일한 성공사례다. 2006년 최 회장과 왕티엔푸 시노펙 총경리가 합작논의를 처음 시작했는데, 7년간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 2013년 합작법인이 최종적으로 설립했다.
표민찬 서울시립대 교수는 "중국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시노펙과 글로벌 파트너쉽을 맺으면서 중국 기업과 갈등요소를 제거했다"며 "최 회장은 왕티엔푸 총경리를 만났을 때 구체적인 사업 논의보다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먼저 물어보면서 친구가 된 후 공적인 일을 논의했다"고 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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