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에 "절차는 잘 지켰는데 비상상황 아니라니"
"사법자제영역 넘은 황판사, 상급심 관문 이의신청까지 지연시키고 있어"
"대통령만 바꾸고 정권교체 아직, 한국당 빠루 운운 대표와 뭘 논의하나"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부분 인용,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를 멈춰 세운 판결을 "절차는 잘 지켰는데 비상상황이 아니란다"라고 요약하며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한 황당한 재판'이라고 성토했다. 정작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과 의결 적법성을 인정해놓고, 당 비상상황 해석 권한을 법원이 부정해버렸단 것이다.
특히 이런 판결을 내린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 재판장 황정수 수석부장판사를 향해 '김명수 대법원장 코드' 의혹을 제기하면서 당의 이의신청 재판마저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의심했다. "사법의 정치화로 고약한 외통수에 걸렸다"며 이 전 대표가 해당 재판부에서의 재판을 '기회' 삼고 있다고 보기도 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해선 "(2019년 패스트트랙 3법 충돌 당시) 민주당이 든 '빠루(쇠지레)'를 우리 당이 들었다고 빠루정당 운운하는 당대표"라며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8월 24~26일 일본 도쿄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개최한 '한일포럼'에 참석한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한일포럼에는 양국 정치·경제·언론·학술 분야 주요 인사 5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나경원 전 국회의원 페이스북>
판사 출신으로 전(前) 4선 의원을 지낸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어이없는 상황이다. 놀라울 뿐이다. 남부지법 가처분 재판을 보고 나온 탄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비상상황이냐 아니냐 판단은 정치판단, 정당이 판단할 부분"이라며 "사법 자제의 영역인 것을 법원이 판단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리고는 비상상황 판단을 상임전국위가 판단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한다. 그럼 당원 전부의 투표로 결정해야 하나. 전 당원의 권한을 '위임' 받은 상임전국위의 결정을 무력화하는 건 즉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재판이 늦어지는 것을 보고 불길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황당한 재판의 결과가 나왔다"고 개탄했다.
나아가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황모 판사가 이 재판을 (신속히 판단하지 않고) 계속해서 붙잡고 있는 것"이라며 "통상의 경우 위급한 상황의 이의신청은 빠르게 판단한 후 상급심 재판의 길을 열어주는데 황모 판사는 이의신청 심문기일을 추석 이후 14일로 정했으니 이의신청 재판도 꽤 오래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결국 '(황 부장판사가) 우리법연구회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하에 주요 형사·신청 재판장을 대법원장 코드와 맞는 판사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세간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게 하는 대목"이라고 의혹을 공개 제기했다.
그는 "이제 우리 당은 사법의 정치화로 고약한 외통수에 걸렸다. 한마디로 황모 판사의 그림대로 디자인 되게 됐다"며 "이 전 대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또 (비대위원에까지) 가처분신청을 한다고 한다. 주호영 의원은 가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한다고 하지만, 같은 재판부가 판단을 하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우리 냉정을 찾아보자. 분명 비대위 구성까지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당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나. 지금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정권교체는 안 됐다"며 "이번 재판으로 본 정치사법은 물론이고, 민주당에 의한 의회장악, 민노총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부 언론, 물러나지 않은 공공기관장들" 등을 국정동력 저하 요인으로 들었다.
특히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도 어려운데 당내의 분란은 가중되고 있다"며 "'민주당이 든 빠루'를 우리 당이 들었다고 빠루정당 운운하는 당대표의 기자회견을 들으며 어느 당원이 그 당대표를 신뢰하겠나. 양두구육하면서 대통령을 폄훼하는 당대표와 어찌 마음을 열고 국가 현안을 논의하겠나"라고 이 전 대표를 직격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미 파탄난 이 상황은 정리돼야 하는데 정치재판으로 인해 비대위 구성은 물론 빠른 전당대회도 녹록치 않다. 결국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며 "그렇다면 모두들 내려 놓고 멈추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다만 '방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개고기'에 빗대고 국민의힘을 불태워버려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키운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한국당 시절의 모습"을 꼬집었다. "'빠루와 삭발, 반공과 종교적 근본주의'가 우리 국민의힘의 대안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9년 4월25일 밤 한국당은 국회 본관에서 사개특위 패스트트랙 의안을 접수하려던 민주당 측 보좌진의 의안과 진입을 막으며 대치했다. 이때 진입하려는 쪽에서 빠루를 동원해 출입문을 파손했고, 이튿날(4월26일)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는 현장 의원총회에서 "그들이 사용한 것을 저희가 뺏었다"며 빠루를 증거품으로 들어보인 바 있다.
이외에도 이 전 대표는 회견 당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2015년 교섭단체대표연설 당시 박근혜 정부를 겨냥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속에 틀린 것이 하나 없음에도 '배신'이라는 단어로 낙인을 찍고 집단린치를 했던 새누리당의 모습 또한 지금의 현실에 대한 대안이 돼선 안 된다"고 옛 친박(親박근혜)계까지 겨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