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책임
![[기고] 출연연도 이제 디지털 전환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9/2022090102102269660001[1].jpg "[기고] 출연연도 이제 디지털 전환이다")
모든 정보를 0과 1이라는 전기적 신호로 단순화시킨 디지털은 세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엄청난 분량의 자료가 작은 저장매체에 담길 수 있게 되었으며, 가느다란 전선을 통해서 오가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때의 디지털은 그 자체로서의 가치보다는 뛰어난 수단에 불과했다. 즉, 정보처리의 수단, 소통의 수단을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디지털은 수단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자체로도 가치를 지니는 자산이 되고 있고 그 자산을 활용하기 위한 변화가 지금의 디지털 전환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금 디지털 전환은 사회 전반적인 변혁을 이끌고 있다. 기업에서는 이를 통하여 경영전략에서부터 마케팅 방법까지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있고, 공공서비스 또한 전면적인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 중이다. 그리고 우리 과학기술 분야에까지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이를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까. 디지털 전환의 무수한 이점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연구데이터의 집중·공유·개방과 과학기술 분야 디지털 플랫폼 도입이라고 생각된다.
여태껏 연구데이터는 대부분 그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가 독점적으로 보유·활용하였고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과학기술계에서의 또 다른 권위로 작용해 왔다. 이 권위는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과 전문성 있는 해석과 활용 측면에서 중요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데이터가 생산되고 있어 연구데이터의 독점은 많은 양의 데이터를 사장시킬 우려를 불러오게 되었다. 따라서 과학기술 분야 디지털 전환의 첫 번째 축은 이러한 방대한 연구데이터를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데이터 사이언스와 같은 연구 방법과 연계하여 새로운 연구성과를 이루어낼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또 다른 한 축은 과학기술 분야 디지털플랫폼의 구축이다. 최근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디지털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인프라가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은 비즈니스 운영에 필요한 모든 기반을 디지털 공간에 갖춰두고 원하는 누구라도 이를 활용해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 디지털플랫폼은 갈수록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면서 인간의 삶을 주도하고 있다.
작은 식당 사장님도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전자 장부, 세금 신고 시스템을 사용하여 더욱 전문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음은 물론 메뉴 구성이나 식자재 재고관리에 딥러닝을 적용할 수도 있고, AI 주문 예약 시스템과 같은 첨단 서비스 또한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 구글과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러한 플랫폼을 앞다투어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플랫폼이 과학기술 분야에 도입된다면 지금의 연구환경에 많은 변화가 생겨날 것이 예상된다.
디지털플랫폼 환경에서 연구자들은 잡다한 행정업무에서 벗어나 연구에 몰입할 수 있다. 사업관리나 연구재료 구매 같은 행정업무는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공통 시스템으로 디지털 공간에서 처리된다. 그리고 갖가지 연구정보와 데이터를 디지털플랫폼을 통해 맞춤형으로 받을 수도 있다. 다른 연구자와의 소통 혹은 다른 기관의 인프라 또한 마치 본인 소속 기관처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협업하고 싶은 연구실과는 플랫폼 내에서 마치 하나의 조직처럼 협력할 수 있다. 디지털플랫폼은 여태껏 과학기술계에서 힘들게 추구해왔던 협력과 융합연구의 종착점이 될 것이고, 이 종착점은 뉴노멀 시대 글로벌 기술경쟁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핵심 주체인 출연연구기관 또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를 중심으로 이러한 디지털 전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선도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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