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SUV '美독점모델' 생산 시작
앨라배마 배터리 공장 이미 완공
베트남 빈페스트, 투자계획 발표
정부, 정의선 회장보다 협상 늦어
노조의 美투자 확대 반대도 한몫
앨라배마 배터리 공장 이미 완공
베트남 빈페스트, 투자계획 발표
정부, 정의선 회장보다 협상 늦어
노조의 美투자 확대 반대도 한몫
'전기차' IRA 늑장대응 도마위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현지서 잇따라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며 미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그에 비해 현대자동차그룹은 우리 정부의 대응 미숙에 부랴부랴 정의선 회장이 직접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한 발 늦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달 말부터 미 앨라배마공장에서 전기차 'EQS SUV' 생산을 시작했다. 이 모델은 플래그십 전기 SUV로 미국에서만 독점 생산된다.
앞서 벤츠는 앨라배마 비브 카운디에 배터리 공장을 완공했으며 EQS SUV용 배터리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벤츠는 IRA 대응을 위해 캐나다의 록테크 리튬과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을 2026년부터 연간 최대 1만톤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7월말부터 미 채터누가 공장에서 ID4 생산을 시작해 다음달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이 공장의 전기화에 8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배터리는 조지아주에 공장을 둔 SK온이 공급한다.
도요타는 전날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을 위해 2024~2026년 생산을 목표로 일본 4000억엔(3조9000억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TBMNC 법인에 3250억엔(3조1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혼다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44억 달러(약 5조1000억 원)를 투자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2025년 말부터 생산된 배터리를 자사 전기차 모델에 공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베트남 빈그룹의 자동차제조 자회사 빈패스트도 미국 전기차 시장 출시를 위한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반해 현대차그룹은 작년 5월 74억 달러(8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이후 올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 때에야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 계획을 수립했다. 연말부터는 미 앨라배마 공장에서 제네시스 GV70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지만 볼륨 모델은 아니다.
만약 IRA 시행으로 현대차·기아가 보조금 혜택에서 최종 제외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주 공장 완공이 앞당겨지더라도 양산 시기는 2024년 하반기여서 일정 기간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다. 미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1~5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2만7000여대를 판매해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는데,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현대차는 조지아주 전기차 생산공장 착공 시기를 6개월 앞당기기로 했고,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23일 미국 출장길에 오르며 총력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에 반해 정부의 대응은 한발 늦었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미국에 생산 기반을 닦아놓고 생산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유럽 주요국에 비해 정보력이 뒤쳐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정 회장 출국 후 일주일 뒤인 지난달 29일에야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미국으로 떠났다. 국산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포함시켜주는 방안 등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다른 국가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실효성 있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의 노조의 반발도 현대차의 미국 전동화 사업 전략이 늦춰진 배경으로 거론된다. 현대차가 작년 5월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노조의 반대에 부딪친 바 있다. 이에 작년 임단협에서는 국내공장과 연구소가 선도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고용안정 등을 모장하는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 올해는 국내 전기차 생산 전용 공장 설립 등의 합의안 등을 내놓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IRA은 상원 표결에서 50대 50의 가부동수를 기록한 만큼 반대 세력을 활용해 시행 규칙에 특례 항목이나 예외 조항 등을 넣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전기차 전용 공장 시기를 앞당기고, 노사 합의를 통해 미국서 전기차로 생산 전환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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