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병사 월급 200만원이 쏘아올린 공](http://contents.dt.co.kr/images/202209/2022090502102269061001[1].jpg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병사 월급 200만원이 쏘아올린 공")
'취임 즉시 병사 월급 200만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공약중 하나였다. 이 공약으로 20대 남성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0.76% 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윤석열 정부는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당장 올리지는 못하지만 단계적으로 인상, 오는 2025년까지 월 200만원 지급을 추진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병장 월급은 내년 130만원, 2024년 165만원, 2025년 205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결과적으로 병사 월급은 15년간 20배나 오르게 된다. 실제 이명박 정부에서 병장 월급은 10만 8000원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이를 2배인 21만 6000원으로 올렸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67만 6100원이 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다시 3배 이상 오르는 셈이다.
병사 월급이 크게 오르면서 다른 곳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당장 월급 200만원을 받는 병사와 함께 근무하는 군무원, 하사, 소위 등 초급간부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해졌다. 또한 경찰과 소방관 등 제복 입은 공무원에 대한 월급 인상도 불가피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 내에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면서 경찰직원의 처우개선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경찰관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막중한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경찰의 처우 개선도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경찰의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상향하겠다"고 말했다.
군인과 경찰에게 임금인상, 처우개선 등은 기분 좋게 약속할 수 있지만 나라 곳간 사정도 살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과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6.3%와 5.7%였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상당기간 소비자 물가는 5~6% 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올라간 물가가 임금을 올리고, 다시 물가가 올라가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재정도 긴축해서 공무원도 임금을 어느 정도 낮춰야 한다"고 밝힌 것도 고물가 상황을 우려한 맥락이다.
정부가 내년 공무원 월급 인상을 1% 수준에서 조율 중이라고 밝히면서 이번에는 9급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아예 월급명세표를 공개했다. 신입 공무원인 9급 1호봉의 급여 총액은 월 201만원 수준인데 세금, 건강보험료 등의 공제액을 빼면 168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경쟁률 30대 1의 어려운 채용시험을 거쳐 공무원이 되었는데, 월급은 군복무 병사보다 적다는 아우성이 나올만하다.
선거철이 끝나면 대통령 당선자에게는 '공약 이행'이라는 무거운 청구서가 날아든다. 대통령은 약속 이행을 주장하고, 참모진과 야당에서는 현실적 이유로 이를 말려왔다. 하지만 병사 월급 200만원에 대해서만큼은 여당과 야당 모두 그리 반대하지 않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약속했던 사안인데다 반대를 해서 20대 청년들의 표심을 구태여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해당 재원이 5조든, 6조이든 어차피 세금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군인과 경찰, 공무원, 공기업 월급을 기분 좋게 세금으로 올려줄 수는 있다. 하지만 사기업은 다르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섣부른 임금 인상이 회사의 존폐를 결정지을 수 있다. 가뜩이나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로 직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게 병사 월급 200만원은 새로운 부담거리다. 월급에 대한 심리적 임계점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국민개병제의 국가에서 군대가 사기업과 월급 경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선 시기 포퓰리즘의 공이 병사 월급 인상에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과 구직 청년들을 좌절에 빠뜨린다면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병사 월급 인상만이 국방의 의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일수는 없다. 정부의 독점적 권력을 활용하는 다른 보상안을 적극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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