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극한 대치를 보였다. 원 장관은 민주당이 안전진단 권한을 내려놓을 것을 요구하자 '내로남불'식 문제제기라고 맞섰고, 민주당은 원 장관의 답변 태도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원 장관은 이날 국토교통위 2021회계연도 결산심사에 출석해 재건축 규제 등 정책현안을 놓고 민주당 의원들과 맞붙었다. 원 장관은 국민의힘 대권주자였던 정치인 출신 장관이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지방분권시대에 장관 권한이 모두 시장과 도지사로 내려갔는데 유독 안전진단 권한만 장관이 쥐고 있다"며 국토부에서 광역자치단체로의 재건축 안전진단 권한 이양 입법을 주장한 뒤 대립이 시작됐다.
원 장관은 "안전진단 항목 중 구조안전 비중이 20%까지 낮아졌다가 문재인 정부 때 50%로 올려 사실상 (재건축을) 가로막았다"며 "지금 취임한 국토부 장관이 규제를 위해 이 권한을 갖고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과거 정부 이야기는 하지 말고…"라고 제지하자, 원 장관은 "과거 정부라고요? 넉달 전인데요?"라고 재차 따졌다. 불과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음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에 김 의원은 전임 정부의 부동산 가격정책 심판으로 화제를 돌리며 "앞으로 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정권을 잡았을 때 구조안전 비중을 높여놓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빼앗는 거냐"며 "이런 걸 내로남불이라고 한다"고 파고들었다.
민주당 소속인 김민기 국토위원장도 "장관의 답변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계속 전 정권을 말씀하시는데 전 정권으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으면, 부채 또한 같이 상속받는 것"이라고 원 장관을 제지하려 나섰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은 "앞으로 상임위를 잘 이끌겠다는 태도인지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정치적 도발'이 계속된다고 주장했고, 허영 의원도 "자꾸 전 정권 탓을 하는데 앞으로는 생각과 말씀의 프레임을 바꿔나가달라"고 했다. 원 장관은 "협조할 건 협조하겠으나 정치행위적 프레임에 대해선 넘어가지 않겠다"며 "먼저 도발하지는 않겠지만 도발에 대한 리액션은 확실히 하겠다"고 맞받았다. 장철민 의원도 "국회의원들이 도발하는 사람이냐"며 상임위 경시라는 취지로 질타했다.
한편 원 장관은 지난 8·16 대책 발표 때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 2024년까지 수립' 내용이 대선 공약 파기에 해당한다는 지적에 "오해"라고 했다. 그는 "1기 신도시 공약은 임기 내에 10만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라며 "발표한 대로 2024년까지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동시에 1기 신도시 특별법 입안을 추진해 공급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도 차원의 신도시 재정비 사업 모색을 거론한 것엔 "직접적인 법적 권한은 없다"며 사업 권한이 국토부와 광역단체가 아닌 1기 신도시 5개 기초단체장에 있다고 반박했다. 원 장관은 1기 신도시 재정비 민관합동 TF(태스크포스) 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했으며, 오는 8일 성남시장(분당)·고양시장(일산)·안양시장(평촌)·부천시장(중동)·군포시장(산본) 5개 지자체장 간담회를 열어 신도시 재정비에 관한 의견도 수렴하기로 했다.
한기호기자 hkh89@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