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힌남노' 피해 잇따라
경주선 저수지 붕괴 우려에 대피령
산사태·침수·정전 등 전국서 영향
역대 3번째… 2시간 만에 동해로
경주선 저수지 붕괴 우려에 대피령
산사태·침수·정전 등 전국서 영향
역대 3번째… 2시간 만에 동해로
오전 6시 부산 동북동쪽 10㎞ 지점을 지날 때 이동속도가 시속 52㎞였고,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55hPa(헥토파스칼)과 40㎧(시속 144㎞)로 태풍' 사라'와 '매미'에 이어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최대 풍속은 태풍 강도상 '강'에 해당하며, 기차가 탈선할 정도의 세기였다.
태풍 힌남노가 제주와 남해안 지역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곳곳에서 침수·강풍·정전 피해가 잇따랐다. 전봇대가 쓰러지거나 냉장고가 날아갔고, 전국 2만334호가 정전 피해를 보았다. 울산에선 불어난 하천에 빠진 20대 남성 1명이 실종됐다.
지난 4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사흘간 누적 강수량은 제주 한라산 윗세오름 948㎜, 경주시 토함산 389.5㎜, 서울 강남구 282㎜, 강원 고성군 미시령 251.5㎜ 등이다.
이날 새벽 경북 포항 구룡포에 시간당 110.5㎜의 폭우가 내렸다. 이는 1시간 최다 강수량으로 지난 2016년 태풍 차바에 이어 두번째다. 이로 인해 도심 곳곳과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형산강에는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하천·저수지 범람 우려로 주민 대피령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공장에서 불이 나 회사 등이 태풍과 화재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제주에는 지난 4일 오후부터 강풍이 불면서 이날 오전 6시까지 총 216건의 태풍 피해 신고가 소방본부에 접수됐다. 전날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육상에 세워둔 보트가 날아갔고, 이날 오전에는 서귀포시 서귀포항에서 식당 냉장고가 다리 인근으로 날아간 채 발견됐다.
바다와 가까운 부산 서구 한 도로에는 600ｍ 구간에 걸쳐 월파 피해가 발생했고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도로에도 월파 피해가 이어졌다.
울산에선 이날 오전 1시쯤 울주군 언양읍 남천교 아래 하천에서 A(25)씨가 실종됐다. 소방당국과 경찰이 하천 하류를 따라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불어난 물과 빠른 물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 지역에서도 강풍에 담장이 무너지거나 도로와 집 마당이 침수됐다. 지난달 집중호우에 이어 강한 비가 내려 한강의 홍수조절 최후 보루인 소양강댐의 수문을 개방할 예정이다.
신안군 흑산면 선착장, 여수 돌산읍과 완도 보길면 방파제 등 어항시설 3곳이 파손됐고 여수에서 부잔교 9개가 파손됐다. 여수, 영광, 완도에선 소형선박 4척의 침수가 발생했다.
전북·충청·경기 남부 지역에도 전신주나 나무가 쓰러져 도로를 덮치는 등 강풍 신고가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제주, 광주·전남, 경남, 부산·울산 등에서 총 2만334호가 정전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산사태·침수 위험으로 사전 대피한 주민은 경남 2224명, 전남 614명, 부산 366명 등 전국 2661세대 3463명이다. 농작물 피해는 제주도 280㏊, 전남 농경지 266㏊ 등이며 추가 피해가 계속 접수되고 있다.
항공기는 이날 오전 10시를 전후해 운항을 재개했다. 철도는 첫차부터 오후 3시까지 경부선, 호남선 등 11개 노선에서 고속·일반열차 354편의 운행 중지 및 구간 조정이 이뤄졌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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