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 에미상 시상식에서 6관왕을 달성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9월 17일 처음 공개된 후 1년간 세계 각국을 휩쓴 명실상부한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한국이 만든 이야기가 전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다뤘다. 넷플릭스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TV(비영어) 부문에서 작품을 공개한 이후 28일 동안 누적 시청량 기준 16억5045만 시간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18만8000년에 달하는 시간이다. 특히 오징어 게임의 시청 시간 약 95%는 해외에서 본 것으로 조사되며, 한국을 포함해 94개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으로 올랐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곧바로 한국 문화 전파로도 이어졌다. 드라마에서 나온 다양한 한국 전통 게임들도 해외에서 인기를 모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줄다리기' 등이 대표적이다. 게임 참가자들이 입은 녹색 체육복과 달고나 만들기 세트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LA(로스앤젤레스)시가 오징어 게임 첫 공개일인 9월 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LA시의회가 한국 작품을 기리는 날을 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계 존 리 LA 시의원은 "한국이 만든 이야기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시청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의미 있는 현실을 축하하는 자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히트작이 된 데는 세계적으로 폭발적 성장을 이룬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부상이 한 몫 했다. 영어가 아닌 비영어권 드라마도 OTT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에 전파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해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됐고, 자막도 사전 제작돼 해외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았다.
시즌1의 인기로 시즌2도 제작이 확정됐다. 황동혁 감독은 최근 시즌2 각본 집필을 마쳤다. 황 감독은 외신 인터뷰에서 시즌2에 등장할 새로운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데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시즌1과 마찬가지로 '가장 단순한 규칙을 가진, 가장 단순한 게임을 사람들의 가장 복잡한 감정과 마음을 그리기 위해 사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게임을 선정했다는 게 확 감독의 설명이다.
시즌2에서 가장 큰 변화는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황 감독은 예고했다. 그러면서 시즌1에서 배신을 하거나 당하기도 하면서 생사의 고비를 넘은 성기훈 캐릭터가 진화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시즌1 참가자들인 상우(박해수), 새벽(정호연), 덕수(허성태), 알리(아누팜), 미녀(김주령), 지영(이유미)은 게임 도중 죽었기 때문에 시즌2에서는 새로운 캐릭터가 대거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2는 2024년 말 작품 공개가 목표라고 밝혔지만 시기는 유동적이다. 이정재는 이날 시상식에서 시즌2 관련 질문을 받자 "내년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시즌1을 뛰어넘는 기록을 세울지 주목된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에릭 가세티 LA 시장(왼쪽부터), 김지연 사이렌 픽처스 대표, 황동혁 감독, 이정재 배우, 존 리 LA 시의원(12지구)이 에미상 시상식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LA 시의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