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ICT과학부장
![[안경애 칼럼] 비속어 논란에 묻혀선 안 될 또다른 `X`](http://contents.dt.co.kr/images/202209/2022092602102269650001[1].jpg "[안경애 칼럼] 비속어 논란에 묻혀선 안 될 또다른 `X`")
사람들은 진영논리에 따라 각자 믿고 싶은 것을 믿고 있다. 비속어 논란은 광우병 사태까지 소환하며 여야갈등에 불쏘시개를 하나 더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 바람에 더 중요한 이슈들이 묻히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 과학기술, 탄소중립, 공급망 확보 등이다. 비속어처럼 대중들의 귀에 꽂히진 않지만, 하나라도 놓치면 국가존립이 흔들리는 주제들이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고 게임을 했듯이 세계 각국은 생존을 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세계 1등 국가인 미국은 사실상 '승자독식'을 선언했다. 기술부터 제조공장, 인력, 자본까지 모든 것을 끌어들이기 위해 법·제도부터 주먹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의 그늘 아래에서 안정적 2위 그룹을 형성했던 유럽과 일본은 형님 국가의 태도 돌변에다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금융부터 실물경제까지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패권경쟁과 탈세계화 속에서 복합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 확보와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을 키워드로 연구개발과 인재 키우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성과는 낙관하기 힘들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바로 그런 시점에 이뤄졌다. 대통령의 동선은 지금 우리나라가 집중해야 할 분야가 어디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뉴욕대에서 '디지털 자유시민을 위한 연대'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하고 대한민국의 디지털 혁신 비전을 발표했다. '뉴욕 구상'은 우리나라가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이끌어 가겠다는 포부를 담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인공지능을 핵심으로 하는 DX(디지털전환)는 세계 각국이 미래 기술패권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투자하는 분야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파트너를 잘 찾아 협력하는 게 필수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중 뉴욕 구상에 담긴 국가 디지털도약 전략 비전과 실천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캐나다와는 디지털전환,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에 공조하고 반도체, 배터리, 청정수소 등 글로벌 공급망에 협력키로 했다. 한국계 최초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미 프린스턴대 교수를 만나서는 과학기술 인재양성 지원을 약속했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행보가 보여주기로 기획된 게 아니란 점이다. 과기정통부, 산업부, 중기부 등 주요 부처와 기관들은 대통령 순방을 앞두고 수주 간 어젠다를 발굴하고 협력내용을 구체화했다. 기업들도 협력주체로 나섰다.
이번 순방은 복합위기 시대에 한국이 변방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다중협력의 핵심고리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그 첫 단추를 꿰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속어 논란에 묻혀선 안 된다. 디지털 전환부터 인공지능, 전략기술 개발, 탄소중립, 글로벌 공급망 확보까지 어느 것 하나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글로벌 팀플레이가 필수다. 지금까지의 외교와 글로벌 협력과는 다른 스케일과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탄소중립만 해도 신재생에너지 생산부터 수소 등 에너지 운송, 탄소 매립까지 한반도 경계를 넘어선 글로벌 차원의 전략을 펴야 한다. 우리가 줄 것과 얻을 것을 명확하게 해서 팀을 구성해야 한다. 전략기술, 자원, 공급망 확보 역시 분야별 팀플레이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할 것과 거래할 것, 투자할 것을 구분해 전략을 구사한다. 이들 과제가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려면 우리 정부 내 부처간 협력과 연계도 필수다. 과학기술 관련 국제협력 기능 강화도 필요하다.
비속어 논란은 정치적으로 풀되 정책 이슈는 하나라도 소홀함 없이 후속 상황을 챙겨야 한다. 현장의 정책 책임자와 전문가들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대신 달을 주시하며 묵묵히 사명감을 갖고 달려주길 바란다.
안경애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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