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자 담당 임원 48억 규모 배임,구조화금융본부 폐지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하나금융 평판에 먹칠
하나증권이 최근 구조화본부를 폐쇄했다. 내부 감사에서 해당 부서 임원의 배임 혐의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금융사가 해당 부서를 통째로 정리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관련 금융 부실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하나증권은 최근 수 년 간 부동산 금융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영업해왔던 증권사 중 한 곳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30일 하나증권의 현직 임원 정모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를 발견했다고 공시했다. 배임 규모는 48억3000만원이다. 하나증권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로 밝혀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당 임원은 하나증권 구조화금융본부장 정 모 씨다. 이진국 전 대표 임기 중 수행했던 부동산금융 딜에서 배임 혐의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모 씨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업무를 줄곧 이어오다 지난해 말 구조화금융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구조화금융본부는 부동산 PF 유동화 증권 등 유동화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하나증권은 정 모 씨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지난 1일자로 해당 부서를 폐지했다. 해당 본부 소속 직원들은 다른 IB(투자은행) 부서로 이관됐다. 작년 말 신설된 부서가 일거에 폐지되는 건 이례적이다. 부동산금융은 하나증권의 주력 사업의 하나로 꼽힌다.
업계는 이번 배임이 부동산 시장 업황 하락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증권사가 공세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선 탓에 현재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하나증권이 참여한 대구광역시 중구 동산동 지역 도원동 개발 사업은 공매가 진행 중으로 유찰된 상태다. 하나증권외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참여한 달서구 본리동 남구 대명동도 부지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하나증권의 배임 사태 파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순 횡령보다 복잡한 배임죄를 적용했다는 점에서다. 연루된 인원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나금융지주는 현재 배임 규모가 확정된 내용이 아니며 추후 수사 결과에 따라 사실관계가 변동될 수 있다고 공시에서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업무상 배임은 횡령과 달라 다툼의 여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횡령 등 사고가 빈발하면서 금융사 내부통제가 도마위에 오른 상황에서 이번 배임 사건은 하나금융그룹의 평판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최근 7년 만에 하나금융투자에서 사명을 바꾸면서 경영 쇄신에 나섰지만 곧바로 내부 비위 이슈가 불거지게 됐다. 금융감독원원도 관련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 볼 전망이다.이윤희기자 stel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