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과 해법
이중·삼중화 글로벌 백업도 필요
책임있는 투자에 정부도 점검해야
통신재난관리 부가사업자 넣어야
과도한 기업규제 논의는 경계해야
이중·삼중화 글로벌 백업도 필요
책임있는 투자에 정부도 점검해야
통신재난관리 부가사업자 넣어야
과도한 기업규제 논의는 경계해야
![[`카카오 먹통` 일파만파] "해외 백업센터 고려해야… 정부도 플랫폼 기업 무임승차 안돼"](http://contents.dt.co.kr/images/202210/2022101802150331029001[1].jpg "[`카카오 먹통` 일파만파] \"해외 백업센터 고려해야… 정부도 플랫폼 기업 무임승차 안돼\"")
◇"카카오, 이중화·삼중화에 글로벌 백업까지 고려해야"=조준희 한국SW협회장(유라클 대표)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성은 있지만 정부가 모두 관여해 규제하는 것은 통제국가로 가는 길"이라며 "규제로 인해 전체 산업을 위축시키기보다는 선두 기업들이 투자에 모범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선진 기업들은 두 데이터센터를 똑같이 가동하면서 문제 시 한 센터가 전체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액티브·액티브 데이터센터 구조를 두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런 구조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면서 "카카오 정도 규모 기업은 이중화·삼중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백업체계까지 고려해야 한다. 독과점 이슈로 넓힐 필요는 없지만, 기업가의 책임의식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북한도 이번 사태로 우리 사회 취약성 알았을 것"=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디지털 안보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정현 교수는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방역 관련 채널 역할을 맡기는 등 카카오톡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민간 기업에 일종의 '무임승차'를 했다. 북한도 이번 사태로 인터넷데이터센터 몇곳을 공격하면 사회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이라면서 "최소한 정부·군사·공공용 메신저는 따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로 인터넷데이터센터 위치가 전 국민에 알려지면서 전쟁, 테러 위험에 노출되는 등 보안 취약점이 드러났다"며 "기간통신망 운영 안정성 확보를 위한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 플랫폼 경제 중요성 간과"=전문가들은 또한 시스템 백업이나 이원화 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민들이 엄청난 불편을 겪은 사태에 대해 사업자뿐 아니라 국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진단했다. '초연결' 사회의 핵심으로 떠오른 플랫폼 경제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사업자뿐 아니라 국가도 일정 책임이 있다. 카카오·네이버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도 인터넷데이터센터 보호조치와 방송통신 재난관리계획을 세우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국민 생활에 영향력이 크거나 독점 성격이 있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재난복구계획을 보고하고 이행하도록 정부가 점검해야 한다"면서 "또한 재난 시뮬레이션 등 사전 훈련을 해서 재난, 지진 등 자연·인위적 재난에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카카오톡은 국민 전체가 쓰고 있어 수도나 전기 같은 수준의 공공재가 됐는데 정부는 기업의 사적 소유로 봐서 규제에 늦었고, 카카오는 자사 서비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과도한 규제 논의로 가선 안돼"=다만, 이번 사태의 원인은 기술적 문제이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이 아닌 만큼 과도한 기업 규제로 이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단순히 서비스 장애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독과점 규제 강화로 이어져선 안 된다"며 "이번 사안은 기술적인 보호조치가 이뤄졌느냐에 대한 문제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서비스 품질에 대한 책임은 강화해야 겠지만, 이를 핑계로 국가가 과도하게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그동안 플랫폼 규제로 네이버, 카카오의 시가 총액이 63조원이 줄었는데 손해의 대부분은 기업 오너가 아니라 국민이 입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과점은 기업의 힘을 행사해서 경쟁자나 소비자한테 피해를 주는 행위인데, 이번 사건은 카카오가 일부러 남에게 피해를 주려고 한 사건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태만 보면 공정위가 직접 이 행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단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카카오를 예전 KT 같은 존재로 인정하고 규제하면 오히려 경쟁사가 진입해 카카오를 밀어낼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며 "신규 사업자 진입이 힘들어지고 기존 사업자 위주로 시장이 고착돼 해외사업자와의 규제 역차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최대 위기…네이버도 불똥=한편 카카오는 이번 사태로 창업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서비스 장애 여파로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주가마저 급락하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카카오는 16일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 공동 센터장이자 카카오 각자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꾸렸다고 발표했다. 화재 직후 경영진과 각 부문 책임자들로 구성해 가동해온 대응 컨트롤타워를 전환 출범한 것이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자회사의 책임자들도 비대위에 참가한다. 카카오가 전사 차원의 비대위를 구성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며 위기 대응에 나서는 것은 2006년 창립 이래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역시 여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오는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카카오 오너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 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박성하 SK C&C 대표, 홍은택 카카오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을 불러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안경애·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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