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태 후폭풍] 글로벌 덩치 못 키우고… 골목상권 들쑤신 `우물안 공룡` 카카오

입력: 2022-10-19 15:47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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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기업쪼개기 이어 먹통사태
위기관리 후 글로벌 사업에 집중
홍은택 대표 "초심으로 돌아갈것"

[카카오 사태 후폭풍] 글로벌 덩치 못 키우고… 골목상권 들쑤신 `우물안 공룡` 카카오

"초심을 찾아야 한다. 국민들이 믿지 못하면 더 이상 플랫폼 기업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좁은 국내 골목상권과 전통 오프라인 시장을 파고들어 그들과 경쟁하지 말고 이제 글로벌로 가야 한다. 뿌리부터 머리까지 모든 것을 바꾸고 다시 세워야 한다."

19일 카카오의 '먹통 사태' 사과 기자회견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우물안 공룡'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국민 세금과 국가의 지원 덕에 성장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국내 대표 기업들이 수출로 한국을 먹여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냈듯이, 디지털 경제 시대에 필요한 충분한 실탄과 실력을 가진 카카오가 '21세기 한국의 기적'의 선봉에 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130개가 넘는 관계사를 정리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독점 논란과 머니게임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탈카카오' 위기 카카오, 신뢰 회복이 관건='카카오톡'을 국민 메신저의 위치로 올려놓은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카카오는 다음과의 합병 이후 사업영역을 급속도로 확장해 메신저뿐 아니라 금융, 커머스, 교통 등에 걸쳐 거대 'IT공룡'으로 덩치를 키운 반면, 골목상권 침해논란, 경영진 먹튀, 기업 쪼개기 상장 등 지난해부터 바람잘 날 없었다. 그 와중에 지난 15일 전국민 혼란을 일으킨 '카카오 먹통' 사태로 뿌리 자체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기자회견에서 카카오가 여러 차례 '초심'을 강조한 것은 이 같은 위기감이 반영된 발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톡을 처음 만들었을 때 이용자 여러분들이 마음껏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일념이었던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 이용자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는 저희가 추구해야 할 기본적인 가치를 잊었던 게 아닌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성장·수익 신경 쓰다 기본 잊어=카카오는 몸집 불리기와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다 보니 데이터센터 이원화 등 사업의 기본에 신경쓰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운영하는 '정보보호공시 종합포털'에 따르면, 네이버가 정보보호부문에 약 350억원을 투자한 것과 달리 카카오는 같은 기간 절반 정도 낮은 금액인 약 140억원만 투자했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카카오톡 장애는 크고 작게 이어져왔다. 카카오톡이 처음 출시된 2010년 3월 이후 이번 사태를 포함해 메시지·파일 전송 오류가 56회에 달했다.

이에 대해 IT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데이터사업자이기도 한 만큼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데 계열사가 많다 보니 일사분란한 대처도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영토 넓히기와 수익성 치중하다 데이터센터 같은 기본을 놓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국민의 98%가 쓰는 '카카오톡' 메신저의 시장지배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 등 금융과 유통, 택시 등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카카오 주요 서비스 이용자는 카카오톡 4600만명, 카카오T 3100만명, 카카오뱅크 1900만명에 달한다. '문어발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4월 김성수 카카오 공동체얼라인트센터 공동 센터장이 계열사 30~40개를 정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018년에는 72개 정도였던 계열사는 8월 기준 134개로 늘어났다. 해외 계열사를 포함하면 187개에 달한다.

◇10% 불과한 글로벌 사업매출 키워야=200개 가까운 비대한 조직을 두다 보니 리스크 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각 계열사가 각자도생하는 체계다 보니 곳곳에서 사고가 날 수 있는 구조다. 카카오는 스타트업의 장점을 살린 빠른 의사결정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계열사 IPO(기업공개)에 속도를 높였지만 이마저 '먹튀', '머니게임' 논란을 빚었다. 속도조절 없이 각 계열사가 제각각 움직인 결과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최대 과제를 글로벌 사업 확대로 꼽는다. 창업 후 지금까지 저돌적으로 확장해온 공격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발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카카오의 연매출 중 해외사업 매출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10% 수준으로 올라섰다. 전체 매출 6조1367억원 중 6324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카카오는 3년내에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웹툰과 슈퍼IP(지식재산권), 게임이 핵심 무기다. 이미 웹툰 사업을 하는 카카오픽코마는 작년 4분기에 세계 만화앱 소비자 지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2분기에는 글로벌 거래액이 2263억원에 달하고 월 이용자가 950만명을 돌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궁 대표 사퇴로 인한 글로벌 사업 영향을 묻는 질문에 카카오 측은 "이미 기획은 완료됐고 세부 기획과 개발 일정만 남은 만큼 사업 방향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