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JB금융 등도 발행 실패
일반 회사채 발행은 7분의 1토막
"채안 펀드가 소방수 역할해줘야"
일반 회사채 발행은 7분의 1토막
"채안 펀드가 소방수 역할해줘야"
고강도 통화 긴축 기조에 기관들의 투자 성향이 보수화하면서 회사채 시장의 자금 흐름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과 회사채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다. 수요가 급감하면서 매각에 실패한 회사채 규모도 늘었다. 우량 신용도의 공사채와 높은 이자를 얹어 주겠다는 일반 회사채 모두 팔리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내 최고 수준의 신용도를 자랑하는 국가철도공단의 2년 만기 채권 발행이 유찰됐다. 공단 측은 1000억~15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응찰은 발행 예정액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00억에 불과했다. 가산금리를 더해 입찰에서 결정된 금리는 연 5.771%에 달했다. 공단은 희망 금리 수준이 과도하다고 보고 발행을 포기했다.
특수채에 속하는 'AAA' 공사채의 매매각이 줄줄이 나타나고 있다. 인천교통공사의 300억원(5년물) 채권 발행도 수요 부족으로 불발됐고 앞서 17일 한국도로공사도 1000억원 규모의 2년물 채권이 유찰됐다.
일반 회사채의 상황은 더 어렵다. JB금융지주도 AA+의 우량 신용등급과 높은 금리 수준을 내세우며 1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완판에 실패했다. SK렌터카는 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1.5년물 채권에서 미매각이 300억원 가량 발생했다. 콘텐트리중앙(신용등급 BBB0)은 25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으나 응찰액은 80억원에 그쳤다.
회사채시장에선 이같은 자금경색 현상이 금리 급등과 함께 예년보다 이른 '북 클로징(book closing)'도 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북 클로징'은 회계연도 장부를 결산한다는 의미의 금융권 전문용어다.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기관들은 이 시기 장부상 수익이나 손실이 달라지는 것을 원치 않으므로 주식이나 채권 투자를 줄인다. 통상 11월 말부터 시작된다.
올해는 지난 1분기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자산의 손실이 커 일찍 북 클로징을 하는 추세다. 기관이 장부를 닫고 투자를 하지 않으니 채권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었다. 한 공기업 재무담당 직원은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여력이 떨어지면서 원리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공사채마저도 잇따라 유찰되는 분위기"라면서 "투자자들이 높은 수준의 금리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현재 채권시장에는 자금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 규모 자체도 크게 줄었다. 이달 들어 19일 현재 회사채 발행액은 1조2362억원으로 올해 1월(8조7710억원)의 7분의 1 수준이다.
통화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말까지는 기업 자금 조달과 유통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 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 차이)는 지난 18일 기준 120bp(1bp=0.01%p)를 기록했다.신용 스프레드는 지난 6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80bp 수준을 넘어선 뒤 지난 9월 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0bp대로 진입했다. 신용 스프레드의 확대는 회사채에 대해 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는 것으로 기업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국채 금리는 소폭 하락했지만 회사채와 금리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하반기 들어 기업들의 실적 저하에 대한 우려도 더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 투자 손실이 많아 투자 자금 집행 여유가 없는데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그나마 강했던 리테일 수요 역시 몇 달 전과는 달리 축소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건설사들의 자금 융통이 위험해져 최근엔 2주짜리 초단기 자산유동화증권(ABCP)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기업 자금의 단기 경색 때문에 흑자 부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빨리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 펀드) 가동 등 대책 마련에 나서 소방수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조성했던 채안 펀드에 대해 현재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1조6000억원 남은 만큼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회사채·CP 매입에 활용하기로 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증권사에 유동성을 공급해 단기자금시장 불안심리를 잠재워야 회사채 시장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며 "채안펀드가 일반기업 CP부터 매입해 단기 자금시장 자금 조달을 뚫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내 최고 수준의 신용도를 자랑하는 국가철도공단의 2년 만기 채권 발행이 유찰됐다. 공단 측은 1000억~15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응찰은 발행 예정액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00억에 불과했다. 가산금리를 더해 입찰에서 결정된 금리는 연 5.771%에 달했다. 공단은 희망 금리 수준이 과도하다고 보고 발행을 포기했다.
특수채에 속하는 'AAA' 공사채의 매매각이 줄줄이 나타나고 있다. 인천교통공사의 300억원(5년물) 채권 발행도 수요 부족으로 불발됐고 앞서 17일 한국도로공사도 1000억원 규모의 2년물 채권이 유찰됐다.
일반 회사채의 상황은 더 어렵다. JB금융지주도 AA+의 우량 신용등급과 높은 금리 수준을 내세우며 1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완판에 실패했다. SK렌터카는 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1.5년물 채권에서 미매각이 300억원 가량 발생했다. 콘텐트리중앙(신용등급 BBB0)은 25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으나 응찰액은 80억원에 그쳤다.
회사채시장에선 이같은 자금경색 현상이 금리 급등과 함께 예년보다 이른 '북 클로징(book closing)'도 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북 클로징'은 회계연도 장부를 결산한다는 의미의 금융권 전문용어다.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기관들은 이 시기 장부상 수익이나 손실이 달라지는 것을 원치 않으므로 주식이나 채권 투자를 줄인다. 통상 11월 말부터 시작된다.
올해는 지난 1분기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자산의 손실이 커 일찍 북 클로징을 하는 추세다. 기관이 장부를 닫고 투자를 하지 않으니 채권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었다. 한 공기업 재무담당 직원은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여력이 떨어지면서 원리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공사채마저도 잇따라 유찰되는 분위기"라면서 "투자자들이 높은 수준의 금리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현재 채권시장에는 자금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 규모 자체도 크게 줄었다. 이달 들어 19일 현재 회사채 발행액은 1조2362억원으로 올해 1월(8조7710억원)의 7분의 1 수준이다.
통화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말까지는 기업 자금 조달과 유통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 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 차이)는 지난 18일 기준 120bp(1bp=0.01%p)를 기록했다.신용 스프레드는 지난 6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80bp 수준을 넘어선 뒤 지난 9월 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0bp대로 진입했다. 신용 스프레드의 확대는 회사채에 대해 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는 것으로 기업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국채 금리는 소폭 하락했지만 회사채와 금리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하반기 들어 기업들의 실적 저하에 대한 우려도 더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 투자 손실이 많아 투자 자금 집행 여유가 없는데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그나마 강했던 리테일 수요 역시 몇 달 전과는 달리 축소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건설사들의 자금 융통이 위험해져 최근엔 2주짜리 초단기 자산유동화증권(ABCP)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기업 자금의 단기 경색 때문에 흑자 부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빨리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 펀드) 가동 등 대책 마련에 나서 소방수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조성했던 채안 펀드에 대해 현재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1조6000억원 남은 만큼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회사채·CP 매입에 활용하기로 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증권사에 유동성을 공급해 단기자금시장 불안심리를 잠재워야 회사채 시장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며 "채안펀드가 일반기업 CP부터 매입해 단기 자금시장 자금 조달을 뚫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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