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수사에 협조하기 시작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하는 검찰의 수사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일단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책조정실장이 유 전 본부장의 주장을 일축하며 진실공방으로 흐르는 모습이지만, 사법리스크 정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23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은 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용 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불러 영장 발부 후 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 부원장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8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면서 지난 22일 0시 45분 그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히 구속된 김 부원장은 이 대표의 최측근 중 1명으로 꼽힌다. 검찰 수사가 이 대표의 턱밑까지 진행된 셈이다. 검찰은 이 대표와 대장동 사건의 연관성 여부 확인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날 조사에서도 검찰은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받은 것으로 조사된 자금의 출처 등을 집중 추궁할 전망이다.
김 부원장의 구속에는 유 전 본부장이 역할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주말인 21일 취재진과 만나 "이 세계에는 의리 그런 게 없더라"라며 "제가 지금까지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다 진실로 가게 돼 있다"며 "양파가 아무리 껍질이 많아도 까다 보면 속이 나오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김 부원장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유 전 본부장은 정 실장에게도 5000만 원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 실장 또한 "검찰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고 반박해 일단 진실공방으로 가고 있다.
이에 아직 '결정적 한 방'은 없는 상황이지만 사법리스크가 가시화하면서 경우에 따라 민주당 내 권력지형이 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권에서 자행된 일과 이 대표 수사 2가지 방향이 전개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민주당은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따라 정국은 바뀔 수 있다"면서 "민주당 내 권력 구조가 지금과 같은 상태로 갈 것인가, 단일대오는 어느 정도로 유지될 것이냐가 정치권의 관전 포인트 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 시작일지, 거기에 그칠지는 모르겠지만 당무가 이 대표 사수에 쏠리게 됐을 경우에는 민주당 내에서 이러다 우리까지 망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다른 목소리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된 가운데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국민의힘 게시판에 이재명 대표의 과거 발언을 보여주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