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학 편집국장
![[정구학 칼럼] 내로남불 낙하산 인사](http://contents.dt.co.kr/images/202210/2022102402102251033001[1].jpg "[정구학 칼럼] 내로남불 낙하산 인사")
윤석열 정부는 출범이후 법인세 감세, 52시간제 유연화 같은 '통 큰 개혁안'을 발표했다. 모두가 국회 입법사항이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자기네 이재명 대표의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는데, 이런 개혁안에 찬성할 리가 없다. 윤 정부는 2년 뒤 총선에서 여대야소 국회를 만들지 않고선 '큰 개혁'을 실현하기 힘들다.
반면 '작지만 큰 개혁'의 상징인 인사혁신은 맘만 먹으면 가능하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보내고, 과거 문재인 정부가 남발했던 '캠코더(같은 캠프 출신, 좌편향) 낙하산 인사' 같은 적폐를 없애면 된다. 국회 의결사항도 아니다. 효과는 엄청나다. " '공정과 상식, 자유' 를 내세우더니 과연 좌파 정권과는 다르다"는 입소문이 꼬리를 물고 퍼져나갈 것이다.
이런 기대는 깨지고 있다. 초기엔 검찰, 서울대 출신을 우대해 논란을 빚었다. 최근엔 민간단체에 전 정권과 똑같이 '낙하산 인사'를 되풀이한다. 얼마전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에 이은재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내정된 건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5만여 중소·중견 건설사의 보증·대출·공제 등 금융서비스를 전담하는 민간회원 조직체다. 조합 이사장은 건설·금융 관련 경력이 전무한 여권 정치인이 갈 자리가 아니다.
공식적인 연봉만 3억원, 정보활동비 연 1억원 등을 주는 임기 3년의 꿀보직이기에 친정권 인사들이 군침을 흘려왔다. 현 유대운 이사장도 민주당 의원 출신이다. 1988년 설립된 이 조합은 이번에 34년만에 처음으로 이사장, 감사 공모제를 실시했다. 조합 안팎에선 "정권이 바뀌니까 드디어 낙하산 인사관행이 없어지나"하는 기대감이 컸다.
이사장의 자격요건도 엄격했다. △최고경영자의 리더십과 비전 △조합 업무의 지식·경험 △조직관리·경영 능력 △청렴·도덕성 △대외업무 능력이 제시됐다. 이은재 전 의원은 행정학 교수 출신으로 지난 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건설·금융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 게다가 서울남부지법에서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국회 예산인 정책개발비 1200만원을 빼돌려 착복한 혐의다. 청렴·도덕성 기준에 딱 걸린다. 이런 부적격자를 11월초 임시 총회에서 대의원들이 찬성하게 되면 조합 스스로 공정을 반납하는 꼴이 된다.
윤 정부에서 관변 출신이 민간 영역에 고공침투하는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9월 신용카드 캐피탈회사 등을 회원으로 둔 여신전문금융협회의 회장 선출이다. 전임 김주현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하면서 생긴 공석에 후배 금융 관료인 정완규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뽑혔기 때문이다.
민간 금융사 출신의 몇몇 인사는 금융전문가를 공모한다는 원칙을 순진하게 믿고 응모했다가 탈락했다. 이들은 "허탈하기 짝이 없다. 공정과 자유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민간단체에 낙하산 인사를 답습하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고 털어놓았다.
여신협은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과 함께 민간금융 6개 협회의 하나다. 이들 6곳 중 업계 출신이 수장인 데는 단 2곳 뿐. 회원사 출신이 정착된 금투협회장(곧 선거), 올 2월 대선 직전에 민간 출신으로 바뀐 저축은행중앙회장(오화경 전 하나저축은행 대표)이다. 나머지 4곳에선 모두 국회의원, 모피아(과거 재무부, 금융위)등 낙하산 인사들이 말아먹고 있다.
과거 관치금융 시절엔 금융협회장은 주로 금융당국 출신이 꿰찼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논란에 민간 출신에게 자리를 내줬다. '사람이 먼저다'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내 사람이 먼저다'로 다시 회귀했다.
민간 영역엔 회원사들이 자유롭게 수장을 뽑도록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자유의 시현이다. '작지만 큰 개혁'과 '통 큰 개혁'은 대한민국을 앞으로 이끄는 개혁의 쌍두마차다.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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