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복 (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기고] 교육분야 저작물, 왜 무상 이용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210/2022102402102269061001[1].jpg "[기고] 교육분야 저작물, 왜 무상 이용인가?")
이렇게 한국 문학의 몸값이 높아진다는 것은 분명히 희소식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문인들의 창작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문인 1년 평균 수익은 1840만원, 발행부수는 1229부로 나타났다. 발행 부수의 경우 지난 2007년 2235부와 비교해보면 10년새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문학인들의 수입은 악화일로다. 2021년 문학 실태조사에선 조사에 참여한 문학인의 84%가 문학 활동을 통해 100만원 이하의 수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더 우려되는 점은 문학도서 구매량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는 응답이 전년 대비 약 3배 많은 29.9%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문학도서가 팔리지 않으니 출판사 입장에선 유명 작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작가들에게 자비로 출판하게 하거나, 초판 판매분에 대한 인세는 아예 제작비로 대체하는 계약을 체결하게 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에서 신간을 출판했다고 보내준 동료 작가의 책을 넘기는 손이 부끄럽다.
이용된 저작물에 대하여 작가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창작에 보다 전념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 현장에서 이용되는 저작물에 대한 '제대로 된' 대가 지급부터 이뤄져야할 것이다.
옛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여 교육의 중요성은 강조되어 왔다. 그래서 개인의 권리보다는 교육 목적이란 대의명분이 우선시되었다. 이러한 개인의 희생은 교육 분야에 이용되는 저작물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일반적인 이용 허락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보상하게 하거나, 보상 지급 대상의 지나친 축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법에서 정한 기관에서조차 교육이란 미명하에 의무를 다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창작의 고통을 통해 탄생한 작품에 대한 모독이며 우리나라 문학 토대를 얕잡아보는 잘못된 인식이다.
교육이란 특성상, 사전에 저자의 허락 없이 이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손치더라도 저작물 이용에 대한 대가는 지급하는 것이 거래원칙에 합당하다. 학교 수업에 필요한 기자재 구입 비용 지불은 당연하다 여기면서도, 수업시간에 사용되는 저작물은 아무런 대가 없이 무상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인식이 문제다.
이제 그런 인식 자체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풍조가 미래 세대를 교육하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것은 더욱 더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런 선배 세대의 모습을 보면서 자란 세대들이 다시 교육현장을 책임질 때도 문학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이용 대가 지불을 기대하기에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K팝, K드라마에 이어 K문학이 세계적 대세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 문화가 글로벌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보다 개선된 저작권 생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이용자는 이용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창작자는 우수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창작하여 풍유로운 문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권리자와 이용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저작물 이용 생태 환경이 조속한 시일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그날이 오면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동료 작가가 보내준 신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동료 문인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최근 몇 년 동안 소량의 저작물 이용에도 수십만, 수백만원의 높은 대가를 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일시적으로 저자에게 많은 수익을 줄 수는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저자나 이용자 모두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제라도 작가들이 저작권을 올바르게 행사하는데 동참함으로써 건강한 저작권생태계 조성에 참여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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