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총력전에 나선 폴란드 원전 건설 사업 수주전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수력원자력과 경쟁 중인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가 한국 원전에 자사 기술이 사용됐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수출 규제 관련 소송을 낸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폴란드와 미국의 협력 관계도 새 변수로 떠올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한국전력과 한수원을 상대로 미국 수출입통제법에 따라 한국형 차세대 원자로 APR-1400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 기술이 적용된 APR-1400을 타 국가에 수출하려면 원전 기술 수출 규제를 명시한 미국연방규정집에 따라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에너지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논지다. 한수원의 APR-1400이 웨스팅하우스가 2000년에 인수한 컴버스천엔지니어링(CE) 원자로 '시스템80' 디자인을 토대로 개발됐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웨스팅하우스의 소송을 폴란드 신규 원전 사업 입찰 견제가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수원은 6~9기가와트(GW) 규모의 가압경수로 6기를 건설하는 폴란드 신규원전 사업 수주를 놓고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폴란드 수주전에는 미국과 폴란드의 협력 관계가 변수다. 폴란드 기후환경부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워싱턴DC에서 야체크 사신 부총리와 안나 모스크바 기구환경부 장관이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미국의 원전 건설 제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신 부총리는 이번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폴란드의 전체적인 안보 구조에 있어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그런 요인을 고려하면 우리는 최종적으로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의 대응책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정석준기자 mp1256@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