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참모들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질의를 과정에서 '웃기고 있네'란 메모를 남긴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국회 운영위에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진이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질의를 듣던 중 김성한 실장 뒷편에 앉은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수첩에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가 적혀있는 것이 취재진에 의해 포착됐다.
강 수석 왼쪽에는 김은혜 홍보수석, 오른쪽에는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앉아 있었으며, 김 수석은 곧바로 펜으로 '웃기고 있네'라는 문구를 지웠다.
강 의원이 대통령실을 상대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책임을 묻는 도중 이같은 메모를 했다가 지운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의 국감과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태도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17일 자 경찰청 내부자료에 10월 30일 날 핼러윈축제에 대규모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면서 국정상황실장이 이를 봤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취지로 김대기 실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 정보를 받고 핼러윈데이 때 잘 챙겨보라는 말을 경찰청에 했어도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라고 말했다.
이에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공개 언급하면서 "누군지 밝혀서 퇴장시켜달라"고 요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건 국회 모독"이라며 "그동안 이XX들이 라고 윤 대통령이 이야기해도 사과를 못 받고 여기까지 왔다"며 "그런데 국민을 대신 해 온 이 자리에서도 '웃기고 있네'라니, 명백하게 사과하지 않으면 국회 모욕죄로 고발 조치하고 퇴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대기 실장은 "저도 상당히 당혹스럽다. 시간을 달라"고 했고, 이후 김 수석이 "일단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강 수석과 제가 다른 사안으로 이야기하다가 적은 것을 혹시나 국감에서 말씀한 것처럼 비춰질까 우려돼 지웠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의원들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오해를 빚은 것은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국정감사 진행 상황과 관련한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하지만 강 수석은 주호영 운영위원장이 "사적 대화의 내용을 말할 수 있느냐"고 묻자 "사적 대화를 공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주 위원장이 "오해를 받는데,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더라도 어떤 이야기였다던지 설명을 해야 해명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강 위원장은 "전날 두 사람이 나눈 해프닝에 대한 사적 대화"라고 답했다.
이에 김 실장은 "아주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본다"며 "두 사람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까 상황은 '웃기고 있네'의 상황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아까 상황은 의원들이 질의한 상황인 줄 저희가 알고 있었지만 질의에 집중하지 못한 채 말을 나누면서 그 안에 적었던 것이 발단이 됐다"며 "단연코 이 부분이 질의에 대한 내용이나 질의에 대한 사항은 아니고, 그럼에도 국감장에서 무거움을 반영치 못한 부분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8일 국회 운영위원회. 사진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