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행정안전부 장·차관의 업무추진비를 삭감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에서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경고 차원의 부분 삭감이다. 수적으로 우세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의 '예산 삭감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국회 행안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임시회의록과 이성만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행안위는 지난 9일 예산소위에서 기관운영비(10억1800만원) 중 업무추진비(1억9200만원) 항목에서 1억원을 삭감했다.
이 의원은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 신설 때문에도 논란이 굉장히 많았고, 금번 이태원 참사 과정에 국민들이 지목하는 가장 책임 있는 자"라며 "이런 분이 국가의 세금을 펑펑 써 가면서 기관운영비를 활용한다고 그러면 누가 동의할 수 있겠나"라며 질타했다. 그러면서 "기관운영비에 해당하는 10억 1800만 원은 전액 삭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오히려 온 국민들을 도탄에 빠뜨린 이런 대참사 앞에 경찰들이나 이런 조직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서 명명백백히 법률·규정에 따라서 사건을 규명해야 예방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삭감 반대 의견을 냈다.
소위에 참석한 한창섭 행안부 차관도 반대하며 원안 유지를 요구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대형 사고가 나고 행안부가 경각심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보여줄 겸 한 1억 정도만 삭감하자"고 수정 제안했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별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한 차관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최근에 이태원 사고 관련해서 엄중한 상황에서 감축을 의결해주셨는데 기관운영 하고 다른 면에서 각성하고 반성하는 것은 좀 별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뒤 단독으로 행안부 경찰국 관련 예산 약 6억원을 삭감했다. 국민의힘이 반대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표결 처리를 시도했다. 이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소위의 만장일치 전통이 깨지는 건 단연코 잘못됐다고 생각하기에 퇴장하겠다"며 회의장을 나갔다. 같은 당 김용판 의원도 "힘의 논리에 의해서 표결로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퇴장했다.
예산 삭감 이후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예산을 삭감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여야의 원만한 협의를 주문했다. 이 문제는 16일 행안위 전체회의 전에 다시 예산 소위를 열어 복구할 여지가 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