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우선 추진 법안을 선정했으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일단 빠졌다. 이재명 대표가 '신중론'을 제기해 기류가 유보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기재위 소속 의원들의 반대 등 당내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 후 취재진에게 우선 추진 중점 법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기존에 당론으로 결정했던 일부 입법 과제들을 검토했을 뿐, 추가 당론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현재 당내에서 속도조절론이 불거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시행 2년 유예를 추진했으나 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에 이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 이 대표가 14일 "정부·여당이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마당에 우리가 강행하자고 고집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정치권에서는 금투세 논의 결과가 이날 나올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결국 빠졌다.
오 원내대변인은 "(금투세와 관련해) 의총에서는 논의가 없었다"며 "기재위와 정무위, 정책위 등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빠르게 당의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당은 그간 금투세를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입장 선회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5일 국내 5대 증권사 고객의 실현 손익 금액 현황 분석을 근거로 금투세 부과 기준인 5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투자자가 전체의 0.8%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유예 주장은 이들 고액투자자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셈이라는 것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달 기자간담회에서 "초부자감세를 위해 설계된 세법 개정안"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금투세를 유예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고액투자자들이 과세에 부담을 느껴 주식을 매도할 경우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만의 경우 1988년 주식 양도차익 과세 도입을 발표한 직후 한 달 동안 주가가 30% 넘게 급락해 시행 1년 만에 과세를 철회했다.
민주당은 이날 우선 추진 중점 법안으로 △스토킹범죄처벌법 △차별금지법 △납품단가연동제 △보이스피싱방지법 △민주유공자법 △카카오먹통방지법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법 △광주군공항이전법 △재난안전기본법 △졸속 개방에 대응하기 위한 청와대특별법 △쌀값정상화법 △산업단지활성화법 △스토킹피해자지원법 등을 꼽았다. 이들은 각 상임위별로 통과가 시급하다고 평가되는 법안들이다.
임재섭기자 yjs@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대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