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가 서울 강동구 고덕 강일지구에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내놓는다. SH공사는 이 단지 분양가가 주변보다 낮아 '반값 아파트'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예비 수요자들 사이에선 건물만 분양하는 데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H공사는 고덕강일지구에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다음 달 분양한다. 예상 분양가는 전용면적 59㎡ 기준으로 3억5000만원 안팎이다. 단지 주변 강동리버스트 4단지의 경우 전용 59㎡ 매매 호가가 8억원 수준이라, SH공사는 이 단지를 '반값 아파트'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SH가 공급하는 이 아파트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형태로, 분양자는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다. 토지 소유자가 공공인 만큼, 분양자는 매월 일정액의 토지 임대료를 SH공사에 내야 한다. SH공사는 매월 임대료를 30만원 수준일 것이라 밝혔지만, 임대료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SH공사 관계자는 "토지임대부 공급 시기 시중은행 금리를 기준으로 토지 임대료를 책정하게 된다"면서도 "다만 다음 달 사전 예약 시점을 임대료 산정 시기로 볼 것인지, 건물 완공 뒤 실제 계약 시점을 임대료 산정 시기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또 토지 임대료는 2년마다 5%씩 상승할 여지가 있다. 앞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민간 건설사가 공급한 토지임대부 주택의 임대료는 갱신 기간마다 상한선(5%) 만큼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는 토지 소유자가 동결시킬 수도 있고, 최대 5%씩 상한을 두고 올릴 수도 있다"며 "보통의 경우 갱신 시기마다 상한선 만큼 올라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주민들에게 '재건축' 권리가 없다는 단점도 있다. 재건축은 기존의 땅과 주택을 자산으로 삼아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인데, 건물은 노후화로 인해 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땅의 가치는 분양 당시보다 상승하게 된다. SH공사는 재건축 요구를 불허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모든 비용은 입주자가 부담해야 해 재건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SH공사 관계자는 "고덕 강일 SH 아파트 입주민들이 재건축 동의율을 충족해오면, SH는 재건축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재건축 추진 시에도 토지는 SH공사가 소유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또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분양자가 토지 소유권을 갖지 못해 전세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는 것도 단점이다. 금융기관에서 건물만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 이론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시점 기준으로는 대출이 불가능하다. SH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금융기관이 아니다 보니 고덕 강일 아파트 대출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예비 수요자들 사이에선 고덕 강일 아파트가 정말 시세에 비해 저렴하게 나온 것이 맞냐는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고덕강일 아파트 예비 수요자 A씨는 "토지 임대료를 따로 내면서 건물만 분양받는 것의 가격이 적정한 것인지 아닌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며 "반값 아파트라고 하는데 토지 임대료가 얼마인지 등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점도 수요자의 이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