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가상화폐 폭락에 엘살바도르 부켈레, 정치적 위기](http://contents.dt.co.kr/images/202211/2022111602102269660002[1].jpg "[글로벌 오피니언리더] 가상화폐 폭락에 엘살바도르 부켈레, 정치적 위기")
미국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자 그 불똥이 중미의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사진) 대통령으로 튀고 있습니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정하고 가상화폐 투자를 크게 늘려왔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코인 투자액의 64%인 900억원의 손실이 추정됩니다. 이는 엘살바도르 농업부의 1년 예산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엘파이스 스페인어판과 인포바 등 현지 언론의 1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신청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그 파문이 엘살바도르로 전이되고 있습니다. FTX에 이어 글로벌 거래소 크립토닷컴이 발행한 코인 크로노스 가치도 크게 떨어지면서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날 비트코인의 경우 1비트코인에 1만5000∼1만6000 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최근 2년 새 최저 수준입니다. 가상화폐 변동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하락 추세는 투자자, 특히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한 엘살바도르에는 국가 경제에 재앙 같은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해 9월 법정통화 채택을 선포하며 약 1000만 달러를 사들인 뒤 자신의 트위터 글에서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던 부켈레 대통령은 중간중간 비트코인 가격 급락 때 "싸게 팔아줘서 감사하다"며 추가 매수를 해왔습니다. 지난 7월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누적 구입액은 1억715만 달러에 이릅니다.
하지만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투자 손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설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를 보면 이날 현재 이 나라는 투자액의 약 64%를 손해보고 있습니다. 손실액은 6837만 달러로, 이날 기준 환율로 계산해 보면 약 910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국민 먹거리 해결이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엘살바도르의 농업부 올해 전체 예산(약 7700만 달러)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지난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내놓은 '식량안보 지역적 파노라마' 보고서를 보면 식량 불안정을 호소하는 엘살바도르 국민은 전체 47.1%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엘살바도르의 국가채무 상황은 계속 나빠져,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85%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취소를 강력히 권고하며 "재정 안정성과 건전성 등에 큰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디폴트 위험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엘살바도르 국가 신용등급을 '상당한 위험'이 있다는 수준인 'CCC+'로 매기기도 했습니다. 중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정한 자신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 재정이 바닥나고 식량난이 가중되면 그의 정권도 안정을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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