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또 불거진 가요 시상식 논란](http://contents.dt.co.kr/images/202211/2022111602102269660003[1].jpg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또 불거진 가요 시상식 논란")
논란이 반복되자 아예 방송사들의 연말 가요시상식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요즘엔 가요대축제 형식으로 치러지는데 국민 관심은 미미한 형편이다. 하지만 논란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젠 엔딩 논란이 터진다. 따로 상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엔딩 무대의 주인공이 사실상 그해의 가수왕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 이제 막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한 방탄소년단을 제치고 대형기획사 소속 아이돌이 엔딩 무대에 서서 큰 논란이 일었었다.(그 당시까지는 방탄소년단 소속사가 대형기획사가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잡음이 이어지자 가요계 시상식이나 각종 순위 자체에 대해 대중이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됐다. 그래도 그나마 신뢰가 살아있는 것이 음원이나 음반 판매량에 기반한 시상식이다. 이런 시상식은 정확한 수치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공정할 것이라고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치러진 2022 지니뮤직 어워드에서 논란이 터졌다. 음원플랫폼인 지니뮤직의 연말 결산 시상식이다. 이 시상식엔 총 3개의 대상이 있다. 그중에서 올해의 가수상과 올해의 앨범상을 NCT 드림이 받고, 올해의 음원상을 임영웅이 받았다. 이 결과가 알려지자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의혹이 제기됐다.
NCT 드림이 대상을 두 개나 받은 것이 문제였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시상식은 음원플랫폼의 시상식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해당 플랫폼에서의 음원 성적을 바탕으로 시상해야 한다. 그런데 NCT 드림이 지니뮤직에서 최고의 음원 성적을 거두진 못했었다.
올해 지니뮤직 음원 강자는 임영웅이었다. 그는 올해 이 플랫폼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보통 아이돌 스타들이 앨범 발매 직후에 음원차트에서 줄세우기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앨범 수록곡 7~10곡 정도를 10위권 안에 진입시킨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 줄세우기를 하면 톱스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임영웅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일단 규모가 놀라웠다. 10위권 안에 몇 곡 집어넣는 수준이 아니라 1위부터 14위까지, 또는 15위까지 모두 휩쓰는 '싹쓸이' 수준이었다. 기간도 놀라웠다. 보통 최고 톱스타의 줄세우기라고 해도 앨범 발매 직후에 그칠 때가 많다. 임영웅은 5월 앨범 발매 직후뿐만이 아니라 최근까지도 그런 싹쓸이를 종종 보여줬다. 상상을 초월하는 위상이다.
이 정도까지 했는데도 올해의 가수상과 올해의 앨범상이 NCT 드림에게 돌아가자 '해도해도 너무한다'며 논란이 터진 것이다. NCT 드림도 물론 앨범 수백만 장을 판 국제적인 한류스타이긴 하다. 하지만 지니뮤직 음원차트에선 임영웅을 제칠 정도가 아니었다. 인지도로 따져도 NCT 드림을 아는 국민보다 임영웅을 아는 국민이 훨씬 많을 것이다. NCT 드림이 올해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아는 국민이 몇 명이나 있을까?
NCT 드림은 대표적인 대형기획사 중의 하나인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또 우리나라 가요시상식의 대형기획사 편향 불공정성이 드러난 게 아니냐며 비판 여론이 나온 것이다. 누리꾼들은 임영웅이 지니뮤직 어워드에서 대상을 놓치는 건 심사위원 점수가 마이너스여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럴 정도로 임영웅의 음원성적이 압도적이었다는 이야기다. 마이너스 점수라는 건 없기 때문에 결국 임영웅이 대상을 두 개나 놓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논란이 하도 반복되다보니 우리 시상식에 대한 기대가 많이 하락한 상황이다. 이젠 웬만한 일엔 논란도 잘 안 터진다. 이번엔 시상 결과가 너무 납득이 안 되다보니 공분이 터지고 말았다. 이렇게 우리 가요시상식에 대한 기대는 한 계단 더 내려갔다.
대한민국의 대중문화 소프트파워가 거론되는 초한류시대다. 언제까지 대중이 냉소하고 외면하는 시상식을 이어갈 것인가?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대중문화 시상식은 그 신뢰성이 매우 높다. 우리도 시상식의 신뢰성을 높여야 대중문화의 수준이 더 올라갈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